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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ul 22. 2020

토마토는 어떻게 나무가 되었을까?

베란다 텃밭

4월 말쯤 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작고 작은 토마토 모종 3개를 비닐봉지에 담아 오는 동안 가지가 부러질까 조심 또 조심하며..온이와 유, 아빠는 텃밭 상자에 흙을 붓고 토마토 모종을 심었다.


매일 하루에 열두 번은  토마토 키가 자랐나. 물을  주어야 할까.  고민하던 온이와 유는 분무기에서  뿌리게 그리고 결국 물호스까지 손에 잡아 베란다를 워터파크로 만들었다.

엄마의 샤우팅을 예상했던 온이와 유는 흠칫 놀라 그만하는 듯하다가 씩 웃어 보였다.

어떤 날은 흙으로 또 어떤 날은 물로 난장판이 되기 일쑤였지만 이러자고 시작한 거니까 엄마는 화가 오르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게으른 엄마에게 부지런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흥건한 베란다를 허리 숙여 치우고 또 치웠다. 그러다가 출입금지 엄포를 놓기도 하고, 또 그러다 온이와 유 그리고 엄마는 셋이서 물을 주다가 베란다가 흠뻑 젖도록 물총놀이도 했다.


이런 난장판을 몇 번이나 했을까.. 한 뼘 길이에서 시작한 토마토 모종은 자라고 자라 곧 천장에 닿아 더 이상 위로 오를 수 없자 가지는 천장 옆으로 뻗어나갔다.

온이와 유는 천장에 구멍을 내주자고 했다. 그래서 토마토가 더 잘 자라게 그 김에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것처럼 황금알도 하프도 가져오자고 흥분하며 말했다.


"엄마 엄마 토마토가 천장을 뚫으면 우리도 타고 올라가요"


"우리 집 토마토는 나무야 나무"


엄마는 너희의 한 껏 올라간 목소리에 웃음이 났다.

엄마는 날마다 물을 주고,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지지대를 세웠다. 면봉과 붓으로 수정도 시켰다. 아빠는 토마토가 잘 자라도록 속아내고 잡초들을 뽑아주었다.

호수로 시원하게 토마토에 물을 뿌리고 나면 오늘처럼 비 오는 날 시골에서나 맡을 수 있는 풀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했다.

 

"엄마 흙냄새 나요. 아 좋다."


"엄마 풀냄새 나~시골냄새 좋다."


"엄마 잘 때 토마토나무를 보고 잘 수 있어서 좋아요"


온이와 유는 집안에 퍼지는 냄새가 좋다고 했다. 엄마도 좋았다. 기분까지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온이와 유는 의자를 놓고 붓을 들고 수정을 시켰다. 그러다 꽃잎이 떨어지면 “어이고 불쌍해서 어떡해”하며 조심조심 꽃에서 꽃으로 붓과 면봉으로 콕콕 찍어 보였다. 수정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참 열심히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완두콩만 한 것이 송알송알 열리더니 탐스런 청포도처럼 커졌다. 초록 가지마다 빨간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린 것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았다.

잘 익은 토마토를 따서 온이와 유는 니미락내미락 하다가 아빠 입 속으로 엄마 입 속으로 쏙쏙 집어넣었다.


아빠와 엄마는 토마토에게 어른이 할 수 있는 정성을 보였다면 너희는 토마토에게 여섯 살 형아가 할 수 있는 마음을 다했다.

유는 눈만 뜨면 베란다로 뛰어나와 "토마토야 사랑해"하며 토마토에 손가락 하트를 날렸고, 온이는 잎을 들여다보고 세심하게도 살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하면서 세상 나 혼자 밖에 모르던 때는 감히 짐작도 안됐던 마음들을 알게 됐던 것처럼 식물을 키우는 일 역시 그러했다. 그러면서 '내 엄마가 화초에 정성을 들였던 이유를, 화분을 가꾸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보면서 왜 마음이 들뜨고 가라앉는지, 열매를 맺었을 때의 기쁨이 어떤 건지' 하나하나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다.


토마토 모종이 이렇게까지 클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다.

토마토를 기르는 정성과 기대한 적 없던 엄마의 청결함을 더 해서 일까 토마토는 무럭무럭 자라주고 있다.

참 기특하게도 특별하게 해주는 게 없는데도 잘 자라는 걸 보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 아이들이 자라는 것처럼 토마토도 그렇게 자라는 것 같았다.


여섯 살 너희에게도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도 처음이었던 우리 가족 첫 베란다 텃밭에서.

기르고 수확하는 기쁨을 함께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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