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들의 열한 살의 기록
현관문에 달아놓은 종이 요란하게 울리고, 녀석들은 우당탕 들어온다.
“엄마!”
학교 갔다 오면 가방은 제자리에 놓으라고 그렇게 외쳤는데 아직 제자리다.
어제 가방을 벗은 자리와 오늘 내려놓은 자리가 다르고, 허물처럼 벗어놓은 외투를 보고 동선을 쉽게 알 수 있다. 집이 대단히 넓어서 동선 파악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온이와 유의 끊이지 않는 수다는 집안에 적막을 깨고, 녀석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는 속마음이나 생각도 엿볼 수 있어서 이럴 땐 안 들리는 척하고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갑자기 유가 되게 하찮은 질문을 했다.
“너 똥 먹어 본 적 있어?”
아직도 ‘똥’ ‘똥’ 꺼리는 거 보니까 아직은 꼬맹이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가끔 녀석의 행동을 볼 때마다 ‘저거 사춘기 아니야?’하고 혼자 되묻던 날이 별거 아니었구나 싶은 찰나 온 이가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엄마는 질문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어째서 당연하다는 거지? 엄마는 황당해서 귀가 번쩍 뜨였다.
그렇다고 갑자기 둘의 대화에 끼면 녀석들은 입을 닫을지도 모르니까 못 들은 척했다.
“네가 먹었을 때는 무슨 맛이었어?”
“그거야 당연히 완전 쓰지! 나는 지금까지 먹어 본 것 중에 제일 쓴 거 같았어. 너는?”
4학년이 된 녀석들의 대화가 왜 이 모양인 건지 알 길은 없지만, 어째서 똥 먹는 게 당연하고, 똥 맛 이야기가 이렇게 진지해야 할 일인가 싶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게 뽀뽀를 해대더니, 똥 먹은 입으로 뽀뽀를 해준 거였다니..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근데 내가 먹은 날은 엄마가 양배추 쪄서 쌈을 해준 날이었어. 그래서 그런지 더 쓴 거 같았어."
엄마는 여기까지 엿듣다가 도저히 못 들은 척이 되지 않아서 가뜩이나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얼굴을 찌푸리며 녀석들에게 말했다.
"너희 진짜 먹었어?"
"네!!"
"어떻게 먹었어?"
"똥 싸다가 맛이 궁금해서 손가락으로 똥을 찍어서 먹었어요"
"저는 휴지로 닦아서 휴지에 묻은 걸 먹었어요."
똥 먹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고, 해볼 생각도 못 했는데 어째서 내가 낳은 아들 둘은 당연하게 먹어본 걸까. 상상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근데 먹으니까 진흙 같았어요. 진흙 느낌인데 되게 썼어요."
"어떻게 똥을 먹어.."
"무슨 맛인지 너무 궁금해서요."
"또 먹을 거야?"
"어우, 너무 써서 이제 안 먹을 거예요."
"너는?"
"저도 이제 안먹을거에요. 맛이 없어요."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맛을 안다고 하지만 진짜로 똥을 먹을 줄은 몰랐다. 그것도 둘밖에 없는 내 새끼들이 둘 다 똥을 먹다니…. 바보라고 해야 하나, 호기심이 많다고 해야 하나….
엄마도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던 걸 꼭 한 번 해보고 후회했는데 너희도 그런 어미를 닮았나 보다.
어지간히 말을 안 들으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