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들의 열한 살의 기록
새 학기를 맞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반에 새로운 선생님과 적응하는데 꽤 피곤했던지 아침마다 늦잠을 잔다.
사실 늦잠에 대해서는 엄마도 할 말이 없다.
우리 집 늦잠 대장은 엄마니까.
"얘들아, 일어나자. 7시 40분이야"
"엄마 5분만요."
잠귀가 밝은 유는 5분만 더 자겠다고 하고,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는 온 이는 아예 기척이 없다.
그렇게 5분만…. 5분만 하다가 8시가 넘어간다.
"일어나. 이제 안 일어나면 진짜 지각이야."
기분 좋게 깨워서 기분 좋게 보내고 싶은데, 갈수록 참을성이라고는 없는 엄마는 지금까지 잘 참았으니까 한 번만 더 참으면 될 걸 그걸 못 참고 불쑥 화를 냈다.
"엄마 이제 안 깨울 거야. 그리고 시간 말해주면서 빨리 준비하라고 말 안 할 거니까 알아서 준비해"
엄마의 짜증 섞인 말을 듣고서야 겨우 침대에서 일어났다. 유는 얼굴 가득 인상을 찌푸리고 화장실로 가면서 바닥을 탁탁 걷어차면서 걸었다.
너는 너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씩씩 대고 있다.
이렇게 학교를 보내고 나면 마음 한편이 체한 것처럼 답답하면서 결국 또 똑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
밀려오는 죄책감에 붉으락푸르락하려던 표정을 숨기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마음을 가다듬는데 온 이가 말한다.
"엄마. 유가 엄마한테 화내는 게 아니라, 졸려서 그런 거니까 엄마가 조금만 이해해 줘요."
조금 전 활화산 같던 마음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할 수 있을까. 네가 나보다 낫구나.'
"고마워. 온아.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엄마가 마음이 누그러지네. 엄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 엄마한테 큰 위로가 돼"
그러자 온 이는 팔을 벌려 엄마를 꼭 안아주고 토닥여주며 말했다.
"엄마 누구나 짜증 날 때 있잖아요. 엄마한테 화나서가 아니라 짜증이 나니까 그냥 그러는 거예요. 엄마가 조금 이해해 주세요."
피곤했고, 잠은 깨지 않는데 엄마의 말투가 싫었겠지. 온이 말도 맞고, 엄마의 태도도 잘못된 게 맞았다.
엄마가 언성을 높이는 게 싫어서였는지, 유의 짜증이 이해돼서 대변을 해주고 싶어서였는지 중요하지 않다. 상황을 바라보고 마음을 다독이는 너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엄마가 느끼는 게 많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