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날, 태어났구나.

어느새 다섯 살

by 자잘한기쁨

좋은 날이라고 비싼 돈 들여서 날을 받아놨더니 3일 남겨놓고 좋은 날과 상관없이 태어나고 싶은 날 태어났다.

그게 바로 오늘.

엄마 아빠가 되어서 어버이의 뜻을 알아가라는 너희의 생일.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자리에 모시고 선물처럼 태어났던 너희들이 어느새 다섯 살이 되었다.


엄마가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

모든게 처음인 순간을 매일 마주하고 또 버텨내느라 우는 너희를 보면서 엄마도 몇 번을 따라 울었던 때도 있었다. 엄마 혼자 너희 둘을 지켜내는 시간이 무서웠거든.

그런데 지나고 보니 힘들기만 한 시간을 버텨온게 아니었더라.

엄마가 처음 너희에게 "엄마가 맘마줄게"라고 말하던 느낌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엄마 입에서 스스로를 엄마라 칭하는게 참. 뭐랄까 감격스럽다고 해야하나, 아니 스스로를 엄마라고 인정하고 보니 엄마라는 말이 참 무겁다고 해야 하나. 엄마라는 말이 이렇게 많은 감정이 있었던 말이었나 싶었다.

그냥 엄마는 엄마였는데, 당연하지 않은 의미로 느껴졌으니 그 날 엄마는 '엄마'라는 말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엄마라는 말이 엄마에게는 처음부터 무거운 책임감이 함께하는 행복한 이름이었는데 이제서야 조금씩 알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고, 안먹어도 배부르다던 외할머니의 말을 엄마가 어느새 똑같이 하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 어버이은혜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엄마 아빠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생일이자 어버이날. 의미를 부여하자면 참 많이도 부여할 수 있는 축복받은 날이다.

오늘이 생일이라고 말해줘도 어버이날이 어떻게 어린이 생일 일수가 있냐던 너희에게 설명은 그만하고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어버이날이니까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편지쓸까?”


“응, 나는 내 이름 써서 줄거야. 나 혼자서 써서”

그렇게 온이는 그림을 그리듯 이름을 힘주어 써나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또 늘었다고 보여주려는 씩씩한 다섯살 온이.

“유는 뭐라고 쓸까?”


“응!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못쓰니까 도와줘요”


“뭐라고 쓸거야?”


“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도 아빠도 사실 머리가 크고부터는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말이었는데, 기특하게도 대신 하는 너에게 고마웠다.


5월 8일 너희의 생일도,

5월 8일 어버이날도,

함께할 가족이 있어 고맙고 감사하다.

생일 축하해 소중한 온. 유.

엄마 힘을 빌리면 전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요. 글 속에 마음도 꾹꾹 눌러 담는 다섯살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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