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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Nov 19. 2020

트리하우스, 그 곳은 동화.

언젠가 꿈꾼 적이 있었다.


작은 다락방과 나무 위에 있는 작은 아지트.

내가 꿈꾸어도 이룰 수 없는 것.

마음속. 언제나 동경만 하던 그때의 그 꿈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 마을 안쪽 어귀에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얼기설기 만든 것 같은 나무집을 보자마자

여기구나 싶다.

멀리서부터 마음이 설레고, 목을 꺾어 올려다보았다.

어른이 된 나도 이렇게 마음이 들뜨는데 온 세상이 재미있는 여섯 살 온이와 유의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좋아서 깡충깡충 뛰다가 쏜살같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다.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를 고민하면서 참 많은 지역의 많은 전원주택 단지를 둘러보았었다.

온이와 유가 네 살 때쯤이었나, 집을 보러 갔으니 집 내부를 봐야 하는데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는 바람에 겨우 안고 집을 보았다. 그런데 짐이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집이라 그런지 휑하고 먼지도 많고 손볼게 많아 보였다.

그런데 그때 온이와 유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다락방을 보자,


"아빠 차에 소방차 좀 갖다 주세요."


"소방차? 왜?"


"오늘부터 여기서 살 거니까 소방차 먼저 갖다 주세요."


너희처럼 아빠 엄마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집이라면 온이와 유의 어린 시절이 더 풍성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 집에서 살고 싶다는 너희와 같은 마음으로 두 번이나 더 보면서 누수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 하여 참 많은 고민을 했지만,

시세보다 저렴하지도 않은 집에 누수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접었더랬다.

그 후도 참 많은 집을 보았지만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마당 있는 집에서 뛰면서 크게 하고 싶었던 꿈은 현실과 맞바꾸어 다시 아파트로 오게 되었다.

여기서 살겠다던 너희의 말투가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이렇게 아쉬웠던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어떻게 이런 집을 보고 너희가 열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치 동화 같았다.

낙엽이 바람에 흩날리듯 떨어지고 너희는 가파른 나무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다. 걸을 때마다 울렁이는 듯한 나무 바닥을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며 나무 위 아지트에 도착하자 너희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했다.

천장에 난 창문을 올려다 보고, 집안으로 들어와 바깥으로 벋어나간 나무가 신기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았다. 몇 안 되는 책을 꺼내 보기도 하고 마치 너희의 공간을 만나게 된 것처럼 그렇게 좋아했다.


어떤 마음과 어떤 정성을 들여 만든 집인지 한눈에 봐도 알 것 같았다.

엉성해 보이지만 단단하고, 딱 들어맞게 세련되지 않아서 좋았고 꾸밈이 없어서 좋았다.


온이와 유는 나무그네를 타고 앵무새에게 먹이를 주고, 볕에 앉아 있는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었다.

차를 마시러 가는 길에도 너희의 눈길을 잡는 것들로 가득했다. 미끄럼틀을 타고, 마당에 심어진 나무도 난로도 그저 다 재미있고 신기하는 너희에게 이 곳이 천국이었다.


차를 마시기 위해 들어간 집은, 방과 방이 연결되어있고, 나무 계단을 오르면 또 다른 다락방이 나타나는 그냥 카페가 아니라 누군가 생활하는 공간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낯설고 불편해서 오기 싫었는데 막상 집에 가자니 더 있고 싶어서 '한 밤만 더 자고 가면 안돼?'라고 한번 더 물어보고 싶은 친척집에 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쁜 너희의 마음에

예쁜 추억을 더했던 오늘

오늘의 이 기억이 살아가는 동안 더 풍성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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