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우리 같이 형아

친구 같은 형제가 되기를.

by 자잘한기쁨

“엄마, 온이는 나한테 형이야?”


“엄마엄마, 온이는 나한테 친구죠?”


“나도 다섯 살, 너도 다섯 살. 그러니까 우리 같이 형아지?”하며 온이에게 확인하는 유.


말문이 트이면서 유는 온이에게 “형아, 형아”하면서 부르기 시작했다.

조막만 한 녀석들 둘이 마주 보고 ‘형아’라고 부르며 따르는 모습이 귀여웠고, 자연스럽게 유를 챙기는 온이를 보면서 기특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친구 같은 형제이기도 하지만 필요하다면 서열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엄마 아빠 욕심에 형, 동생 서열 정리를 일찌감치 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아마도. 유는 딱 세 살 때까지 온이 이름이 형아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꼬박꼬박 형아라고 부르던 세 살의 유는 기가 막히게 네 살이 되고부터는 형아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름을 부르기에 가르치려 하거나 못하게 하지 않고 내버려뒀었다.


“쌍둥이예요?”


“누가 형이에요?


“어? 형이 더 작네?”


“엄마, 온이보다 내가 더 크니까 내가 형아잖아요”


“아니야! 내가 더 커!!!”


“아니야! 내가 더 크다고!!”


“온이랑 유는 똑같이 다섯 살이니까 형아야. 그런데 키만 크다고 형아는 아니야. 키가 크고 몸집 큰 사람만 대장을 하는 게 아니라고 엄마가 알려줬지? 형아도 대장처럼 키만 크면 안 돼 마음이 더 커야 되거든”


둘의 키 차이가 제법 벌어졌다. 온이보다 유 머리가 반쯤 더 크니까 연년생이냐는 말도 많이 듣고, 온이가 동생이냐는 말도 참 많이 듣는다. 정작 온이와 유는 서로의 키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오다가다 마주친 사람들의 관심으로 알게 되었다. 몰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알고 나니 가뜩이나 싸울 일도 많은데 싸울 거리가 하나 더 보태지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서로가 형아라고 목이 쉬도록 소리 지르며 싸우다가, 또 어떤 날은 벽에 반듯하게 서서 서로의 키를 재 주었다.

그리고 올해 다섯 살이 된 유는 온이가 왜 형아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품은 듯했다.


“엄마 사람들이 왜 누가 형아냐고 물어봐요? 우리는 똑같이 다섯 살인데 똑같이 형아잖아요!”


“맞아. 너도 형아고, 나도 형아야!”


“근데 원장 선생님이 너한테 형이라고 불러야 된다고 했잖아. 나 그런 거 싫단 말이야. 난 아기가 아니야. 나도 형아란 말이야 엄마 나 온이한테 형아라고 부르는 거 싫어”


온이가 1분 빨리 태어났으니까 형아라고 말해줄까, 엄마 뱃속에서 긴 시간을 버텨준 형아의 무게까지 이야기해줄까, 그것도 아니면 똑같이 다섯 살이니까 똑같이 형아라고 말해줄까,

중요한 건 옛날처럼 장남, 큰아들 이렇게까지 구분 지어 주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집안에서는 형 동생의 서열이 필요하다는 엄마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하고 또 너희에게 친구 같은 형제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했던 게 지금까지 왔다.

그런데 형이라고 말하는 게 싫다고 표현하는 유에게 이제는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야 너도 다섯 살, 온이도 다섯 살이니까 똑같이 형아야. 그런데 엄마 뱃속에서 쑥쑥 커서 나올 때까지 온이가 지켜줬어. 그러다 응애응애 하고 온이가 먼저 태어나고, 그다음에 바로 유가 나왔어. 그래서 온이가 형아, 유가 동생이 된 거야”


엄마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던 유가 말했다.


“엄마 그러면 우리 태어날 때 배 잘랐어?”


“응? 응. 그렇지”


“그럼 엄마 배 진짜 아팠겠다. 지금은 안 아파? 아파서 슬펐지?”


“아니. 하나도 안슬펐어. 엄마는 뱃속에 온이랑 유가 있을 때도 엄청 행복했는데, 온이랑 유가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너무 고맙고 기뻤어. 이 세상에서 온이랑 유가 엄마한테는 제일 소중해”


“엄마 나는 심장이 터질 거 같아”


“왜!?”


“엄마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엄마 사랑해 하트 뿅뿅”


동생은 하기 싫다는 너에게 눈높이를 맞춰 이야기해주려 했는데 엄마 배 잘라서 태어난 이야기가 초점이 되어버렸다. 엄마를 심장이 터지도록 사랑한다고 말하는 너에게 엄마는 눈물이 날 만큼 기쁘고 고맙고 행복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형아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는 너의 속마음이 느껴졌다. 마음은 쓰였지만 지금으로서는 지켜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유치원 담임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어 온이와 유의 호칭 정리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런데 유치원 입학했던 3월 유는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했었다고 했다.


“선생님 왜 사람들이 누가 형이냐고 물어봐요? 우리는 똑같이 다섯 살인데 왜 그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엄마는 5월의 끝자락인 오늘에서야 너의 고민을 듣게 된 거나 다름없었다.

유치원은 어린이집보다 규모가 크고 반 친구들도 월등히 많아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둘이 함께라면 힘이 되고 위로가 될 거라 생각했다. 유치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재미있어야 다니는 너희도 보내는 엄마도 마음이 좋으니까 적응이 우선이라 생각했던 것도 있었다. 그래서 같은 반을 하는 게 당연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유치원을 다닌 지 3개월쯤 지나고 보니 서로 다른 반을 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향이 너무 다른 둘을 같은 반을 하고 보니 은연중에 경쟁을 하고 있고, 쌍둥이들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정리해주지 않은 호칭에 대한 혼란을 겪으면서 하루 종일 함께해서 좋은 점도 정말 많지만, 가끔은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는 시간 역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을 형이라 부르지 않고, 동생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유에게 선생님과 엄마는 시간을 갖고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엄마는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게 가장 힘들었었고, 그 힘들었던 게 이제 조금 편해지려는데 갑자기 마음을 써야 할 일이 커진 것만 같다. 다섯 살 감정을 이해하라고 떠밀려 가는 와중에도 너희의 생각은 참 많이 자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모르는 게 많아서 시행착오 끝에 너희의 마음을 읽게 되어 미안하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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