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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ul 13. 2021

사실 엄마가 이빨요정이야.

온이는 두 번째 아랫니가 흔들.

유는 첫 아랫니가 흔들.

둘은 같은 위치 있는 아랫니가 흔들렸다.  


온이에게 이빨요정이 다녀갔다는 게 내심 부러웠던 유는 신이 나서 말했다.

"드디어 나도 이빨요정을 만나는 거야?" 


둘은 얼굴을 마주 보며 들뜬 표정과 설레는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4월 9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모르겠는데?"


"그 걸 잊어먹었어? 그날이 온이 날이잖아!"


"왜 너 날이야?" 


"그날 내가 이를 첫니를 뽑았잖아!"


"아 맞다! 이 뽑을 때 아팠어?"


"하나도 안 아파 주사 맞을 때 있지? 그때 따끔했는데 뽑을 땐 느낌이 없었어."


"근데 너 울었잖아"


"어 조금 무서워서 눈물이 났는데 해보니까 아무렇지도 않더라. 진짜야

그리고 나 이번엔 진짜 안 잘 거야. 이빨 요정 기다릴 거야."


"나도!"


온이와 유는 잠을 자지 않겠다 했다. 그래서 이빨요정을 꼭 만나겠다고 했다.

매일 이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확인해달라던 녀석들은 이 주일쯤 지났을 무렵 먹을 때마다 얼굴이 일그러지다가 전기라도 통하는 듯 소스라쳤다.

급기야 아프다며 눈물이 그렁그렁.

얼마나 흔들리나 만져보니, 힘만 주면 금방이라도 쏙 뽑힐 것 같았다.

내가 어렸을 적 이에 실을 묶고 이마를 탁 쳐서 뽑았던 것처럼, 그렇게 하면 금방 뽑힐 것만 같은데 나는 뽑아 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둘은 치과 베드에 나란히 누웠다.

첫니를 뽑을 생각에 무섭고 두근거린다는 유는 나에게 용기를 달라고 했고, 온이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눈물을 글썽였다.

의사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마취주사를 패스 하시고 단 번에 쏙 뽑아 버렸다.

유는 앓던 이 가 빠진 느낌을 아는 듯 시원하다고 했고, 온이는 마취주사 없이 이가 뽑힌 게 당황스러운 듯 눈물은 쏙 들어가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이빨 요정을 기다리는 녀석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어서 엄마는 이번에도 이빨요정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언제 끝날지 모를 이빨요정 역할을 위해 달러를 장전해 놓아야겠다.


'유 어린이

나는 이빨 요정이에요.

2021년 6월 23일 드디어 첫니가 빠졌군요.

언제 이가 빠지려나 기다렸는데. 축하해요!

"멋진 형님이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씩씩하고 용감하게 이를 뺐겠죠? 이빨요정은 다 알아요.

유 어린이가 얼마나 예쁜 행동을 하는지도 다 보았습니다.

배려하고, 예쁜 말 쓰기를 노력하는 모습이 참으로 멋지고 예쁩니다.

황금동전 대신 달러를 놓고 갑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디즈니랜드 가면 꼭 쓰세요.

이빨은 잘 보관하도록 하고, 우린 다음에 또 만나요.

다음 이 빠질 때를 기다릴게요.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며

그럼 안녕.'


'온 어린이

이빨 요정이에요.

2021년 6월 23일 두 번째 이가 빠진 걸 축하합니다

점 점 더 용감하고 멋진 형님이 되어 가고 있군요.

새 이가 건강하고 튼튼하게 잘 자라도록 양치질을 잘하는 어린이가 되기를 바랄게요.

이번에도 달러를 놓고 갑니다.

잘 모아뒀다가 여행 갈 때 꼭 쓰길 바랄게요.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이가 되길 바라며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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