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아 루나 2 - 히로 3

Giro 3

by 양희범

메시지를 받고, 평소 수업을 듣던 스튜디오로 향했다. 생각보다 스튜디오는 밀롱가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익숙한 음악과 약간은 쾌쾌하지만 반갑던 마루 냄새가 나를 맞이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밀러와 조이가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온 걸 모르는 듯 춤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춤은 확실히 달랐다. 음악의 박자에 딱 맞는 스텝과 악기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섬세한 표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들에게서 배웠던 동작 하나하나 그들의 춤에 피어날 때, 과연 같은 동작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춤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그들의 춤은 확실히 달랐다.

음악의 박자에 딱 맞는 스텝과 악기가 바뀔 때마다 변하는 섬세한 표현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흘러나오는 예술성이 감탄을 자아냈다. 나는 조용히 그들의 춤을 감상하며, 마지막 현악기의 울림과 함께 완벽한 엔딩 포즈를 기다렸다. 그들의 춤이 끝나자 나는 마음속 혼란과 불안을 잊고 박수를 보냈다.


“오셨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밀러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손짓했다.


“앉으세요. 얼굴이 많이 심각하네요.”

내 표정을 본 조이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힘없이 어깨가 축 처졌다. 조이는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세요, 데이빗?”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다 망쳤어요. 모든 게 제 잘못이에요. 파트너십이 산산조각 났습니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 어떤 마음의 준비도, 망설임도 없이 툭 튀어나온 말에 나조차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무슨 말씀이죠? 파트너십이 산산조각 났다니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밀러도 놀란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근래 있었던 일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들이 이미 내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 같았기에 숨김없이 말했다. 항상 마음 깊은 곳에서 나조차도 이유를 몰라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던 그 부채가 오늘만큼은 사라져 있었다. 그들 앞에서는 숨기지 않았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었다. 왠지 모르게 그들 앞에서는 말하고 싶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고개만 끄덕이던 조이가 나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녀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지금 가장 두려운 게 뭔지 말해줄래요?”


“잘 모르겠어요. 다 망했다는 생각뿐이에요. 모든 게 끝난 것 같아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 저,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엘리아나와의 관계도, 제 자신도, 너무 복잡하고 무서워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어요."

말을 하면서도 목이 메어 말을 잇기가 쉽지 않았다

.

"저는 그냥… 제 자신이 너무 실망스러워요. 이전의 삶이 제게는 자부심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목소리가 떨렸고, 조금만 더 있으면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울지 않으려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 조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모든 생각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그 생각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예요. 탱고를 출 때도 저희는 안 되는 동작이 있어요. 아무리 애써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순간이 있죠. 그럴 때마다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지 않고, 꼭 안 되는 원인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마음일 수도, 몸일 수도, 여러 이유가 있거든요. 그러니 중요해요. 왜 망했다고 느꼈나요?"

조이는 차분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내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 따뜻한 눈빛에 떨리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듯했다. 왜 망했다고 느꼈을까.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생각, 반복되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 엘리아나가 마음을 닫아버린 듯한 절망감, 그리고 내 탓이라는 생각까지… 수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그중 가장 깊이 파고든 문장이 떠올랐다.


"다시는 엘리아나 님과 함께 춤을 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그 문장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조이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잘하셨어요. 자신의 마음을 알아야 선택도 할 수 있으니까요.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알아야 해요. 그럼, 이제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용서받고 싶어요. 다시 엘리아나와 춤을 추고 싶고, 다시 신뢰받고 싶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이와 밀러가 함께 부드럽게 물었다.


답은 알고 있었지만, 쉽게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미 마음을 접었을지도 모를 그녀, 또다시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발걸음을 주저하게 했다. 만약 그녀가 내 간절함을 거절한다면, 우리 관계는 끝이라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마음 깊은 곳에 가시처럼 박혀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관계도 춤과 같아요. 한 발 내딛지 않으면 변하지 않죠. 스텝이 멈추면 춤도 멈춰요. 한 사람이 멈추면 상대도 멈출 수밖에 없어요. 지금 네가 두려워하는 그 본질, 무엇이 너를 멈추게 하나 생각해 봐요."

밀러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데이빗."

여전히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조이가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지금 진짜 원하는 게 뭐예요? 엘리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걸까요? 아니면, 이 모든 상황에서 도망치는 걸까요?"


조이의 물음에 뭐라고 답해야 하나 고민이 됐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일까. 난 사실 이 모든 순간에서 내가 한 짓을 책임지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몰랐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단 한순간도 제대로 책임진 적이 없었다. 일을 저질러 놓고는 상대가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고, 상대에게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내가 다 한 짓이었는데도 말이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럼 이제 할 일이 뭔지 알겠죠?"

이는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조용히 말을 마쳤다.

그 모습을 보며 밀러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아나는 상처받았고, 그 상처는 네가 만들었어. 만약,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면 누가 움직여야 할까요? 그러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해요."

밀러가 내 손을 토닥이며 격려했다. 나 또한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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