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azo
탱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코 ‘아브라소(Abrazo)’일 것이다. 스페인어로 ‘포옹’을 뜻하는 이 단어는 단순한 신체적 접촉을 넘어서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언제 포옹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아니면 적대감이 없다는 걸 확인할 때? 여러 가지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를 안겠지만, 포옹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바로 위로받을 때일 것이다.
탱고를 출 때 땅게라와 땅게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평가 속에서 제일 먼저 평가받고, 후에 좋은 평가를 받게 하는 요소는 바로 아브라소다. ‘Abrazo’는 라틴어 ‘abbracciare’(팔을 두르다)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단순히 신체를 맞대는 행위를 넘어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론다(Ronda; 춤을 추는 공간)에서 처음으로 상대와 아브라소를 했을 때, 그 순간 함께할 춤의 방향을 느낄 수 있다. 탱고에서 아브라소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춤을 이루는 본질적인 기초이며, 파트너와의 관계를 결정짓는 출발점이다. 아브라소가 편하다면 까베세오(Cabeceo; 춤을 신청하는 방법, 눈맞춤을 통해 춤을 신청한다)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아브라소가 불편하다면 상대방이 눈을 피할 것이다. 아브라소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탱고의 아브라소는 서로의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춤의 형태에 따라 밀착된 ‘클로즈 아브라소’(Close Abrazo)와 약간의 거리를 두는 ‘오픈 아브라소’(Open Abrazo)로 나뉘지만, 중요한 것은 어느 형태든 서로를 느끼고 대화하는 태도다. 이 포옹의 텐션과 상대방과의 거리는 인간관계와 닮아 있다. 서로 너무 멀리 떨어지면 연결이 끊어지고, 너무 가까우면 상대가 숨 막힐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처럼, 탱고에서도 아브라소는 파트너와의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너무 집착하면 상대가 부담을 느끼고, 너무 멀어지면 관계가 희미해진다. 탱고의 아브라소는 이러한 미묘한 균형 속에서 완성된다.
그뿐만 아니라 탱고에서 아브라소가 중요한 이유는 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아브라소를 통해 서로가 느끼는 춤의 방향과 에너지가 전달된다. 리더는 손이나 발로 상대를 밀거나 당기는 것이 아니라, 아브라소를 통해 길을 열어준다. 팔과 가슴으로 상대를 감싸면서도 통제하지 않고, 상대를 온전히 존중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때 힘을 써서 상대를 옮기려 하거나, 상대의 발이 닿지도 않았는데 상대를 밀어버린다면 온전한 춤이 완성될 수 없다.
반대로 팔로워는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리더의 신호를 읽고 자연스럽게 반응해야 한다. 만약 팔로워가 자신의 아도르노(Adorno; 꾸밈 동작)를 위해 리더의 신호를 무시하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저 리더에게 기대어 움직인다면, 마찬가지로 그 춤은 아름답게 마무리되지 못한다. 상대와 나, 음악이 하나 된 춤을 추고 싶다면, 이 과정에서 ‘알아차림’이 필요하다. '알아차림'이란 흔히 명상에서 사용되는 개념으로, 스스로를 깨어 바라보는 상태를 의미한다.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의 아브라소를 알아차리고, 내 몸의 움직임을 알아차려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조금 더 원하는 탱고를 출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관계의 상태를 알 수 없듯이, 아브라소의 형태와 느낌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춤은 무너지게 된다.
그렇기에 아브라소에는 적절한 긴장감이 필요하다. 긴장이 전혀 없다면 연결이 느슨해지고, 지나치면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이 긴장감은 곧 존중의 표현이다. 파트너를 신뢰하고 배려할 때, 비로소 아브라소는 단순한 접촉이 아니라 교감의 순간이 된다. 서로에게 집중하고 상대의 리듬을 존중할 때, 춤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조화를 이룬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상대를 배려하지 않으면 춤은 완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춤을 추는 동안 적당한 긴장감으로 서로의 텐션을 유지한 채 춤을 만들어가야 한다. 긴장 없는 아브라소는 탱고를 단순한 움직임에 불과하게 만든다. 아브라소가 탄탄하지 않으면 그 안에 감정과 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가 돼야 진정으로 상대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서로의 심장 박동을 느낄 때, 비로소 진정한 포옹이 시작된다.
아브라소는 단순한 신체적 접촉이 아니다. 아브라소는 신뢰와 감정이 오가는 순간이다. 우리가 서로를 안아줄 때, 비로소 탱고가 시작된다. 탱고는 단순한 동작이 아니다. 탱고는 관계의 은유다. 아브라소로 연결될 때 우리는 그 춤을, 그 관계를, 그 사랑을 유지할 수 있다. 아브라소는 사람과 사람, 행성과 행성, 세계와 세계를 잇는 하나의 끈이 된다. 인연의 끈이 엉켜 있는가? 당신의 탱고가 엉켜 있다는 이야기다. 손과 발이 아니라 심장과 심장이 만나야 진정한 탱고가 된다. 아브라소를 통해 우리는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함께하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