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이끌기만 하는 사람일까?

리더 - 탱고와 삶의 리더십

by 양희범

탱고에는 두 사람이 존재한다. 하나는 리더이고, 다른 하나는 팔로워다. 한 사람은 이끌고, 한 사람은 따른다. 겉으로 보기엔 주도하는 리더가 중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다고만 볼 수 없다. 이 두 존재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아야, 서로가 보완되어야 비로소 춤이 완성된다. 리더가 없으면 팔로워는 길을 잃고, 팔로워가 없으면 리더는 갈 곳이 없다. 결국 둘은 하나이며, 전체다.

이 관계는 우리의 삶과도 닮았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순간을 리더로, 또 팔로워로 살아간다. 친구 사이에서도, 연인 사이에서도, 직장이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조금 앞서 나가면, 다른 누군가는 그를 따라가며 균형을 맞춘다. 이건 잘나고 못나서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리듬이다. 때로는 서로의 합이 절묘하게 맞아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도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이끄는 사람과 따르는 사람이 존재하게 된다.

중요한 건, 이끄는 사람이 언제나 권력을 쥐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리더가 자신에게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문제가 생기기 쉽다. 탱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리더는 단지 흐름을 제시할 뿐이다. 강압적으로 끌고 가거나, 상대를 밀어붙이는 순간 춤은 깨지고 만다. 팔로워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의 몸짓, 중심의 이동,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리더에게 되돌아온다. 이 미묘한 대화가 빠르게 오갈 때, 춤은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그러나 리더가 자신을 지휘자라 여기고, 팔로워를 자신의 리드를 따르기만 해야 하는 존재로 생각한다면, 그 춤은 생명력을 잃는다. 함께 춤을 추는 사람 역시 집중하지 못하고 실망하게 될 것이다. 다시는 그 사람과 춤을 추고 싶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내 리드는 완벽했는데, 상대가 못 따라와서 춤이 안 됐다”라고 말한다면,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대와 함께 론다에 선 그 순간은 단 한 번뿐이다. 그때의 시간, 온도, 감정, 분위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한 번뿐인 순간에 호흡을 맞추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상대의 것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우리가 누군가를 이끌 때든, 누군가를 따를 때든, 가장 필요한 것은 ‘존중’이다. 리더라고 해서 모든 주도권을 쥐고 상대를 무시한다면, 관계는 곧 균형을 잃고 무너질 것이다. 반대로 팔로워가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완전히 닫고 끌려가기만 해도, 그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진정한 관계는 균형 위에서 이뤄진다. 주고받는 리듬, 느끼고 응답하는 태도, 그 사이에서 진짜 ‘함께’가 완성된다.

‘함께’일 때 음악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고, ‘함께’일 때 아름다운 춤을 출 수 있다. 그 작은 박자 하나, 짧은 멜로디 하나를 함께 표현하는 순간, 우리는 형언할 수 없는 충만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 우리는 ‘나’라는 집착을 잠시 놓고, ‘하나’라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때, 우리는 탱고를 느낀다.

그래서 탱고는 주고받는 춤이다. 리더의 의도가 팔로워에게 전해지면, 팔로워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 흐름에 응답한다. 때로는 주도권이 리더에게서 살짝 벗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균형의 무너짐을 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춤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리더는 그 반응을 다시 받아들이고 조율하며 함께 걷는다. 마치 서로의 손끝과 발끝, 심장과 귀가 조율되는 듯한 순간—그때 탱고는 완성된다.

리더와 팔로워는 계급이 아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동등한 두 사람일 뿐이다.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도 다르지 않다. 상대를 온전히 느끼고,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의 걸음에 발을 맞추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리더십이자, 동시에 최고의 팔로잉이다. 한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중심이 되어가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함께’의 의미다.
함께 추는 춤에서 진짜 '함께'가 아니라면, 우리는 진지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혼자만 남게 되어, 더 이상 탱고를 출 수 없을 테니까.

탱고는 말한다.
네가 아무리 앞서가고 싶어도, 상대가 준비되지 않으면 춤은 흐트러질 뿐이라고.
너 혼자만의 속도와 방향으로는 결코 아름다운 춤을 완성할 수 없다고.
그건 춤이 아니라 독주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도 서로의 호흡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한 걸음씩, 함께.
음악과 하나가 되고, 서로와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춤은 완성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진짜 사랑과 관계, 그리고 삶의 조화를 배운다.

내가 처음 탱고를 배울 때, 선배 그린님께서 이런 말을 해주셨다.
"실수도 탱고다."
유명한 영화 속 대사에서 가져온 말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멋진 말이다.
리더와 팔로워가 함께 대화하고 있다면, 실수조차도 괜찮다.
그건 우리가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는 증거이며, 바로 그것이 탱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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