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셀렘
‘아브라소(Abrazo)’는 스페인어로 ‘포옹’을 뜻한다. 탱고에서 아브라소는 단지 팔로 상대를 감싸는 행위를 넘어, 감정과 리듬, 신뢰를 나누는 공간이다. 탱고는 이 포옹을 통해 대화가 시작되고 끝난다. 손이나 발이 아닌, 가슴과 중심을 연결하는 접촉점—그것이 아브라소다. 아브라소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공간을 공유한다. 그 안에는 그 사람의 역사와 마음, 감정이 함께 깃들어 있다.
우리는 각자 저마다의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인생이다. 그의 인생은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마치 행성과도 같아서, 누구나 저마다의 별을 키우고 살아간다. 자신이 겪은 사건과 체험으로 빛나는 그 별들이 아브라소를 통해 만난다. 세계와 세계가 만나, 서로의 궤도를 나누고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탱고에서 아브라소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다른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얼마나 다른 세계와 소통하며 자신의 지평을 넓힐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안아보면 알 수 있다. 안아보면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수많은 탱고 마스터들이 아브라소를 강조한 것이다. 내게 탱고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역시 아브라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다. "탱고의 가장 큰 위안은 이 포옹에서 오는 위안이다. 그 따뜻함을 잊지 못해 탱고를 계속 추게 된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그 말씀이 가슴에 남아, 지금도 아브라소를 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쓰는 것은 ‘상대가 편안한가’이다.
만약 아브라소가 불편하다면, 그것은 상대—다른 행성, 다른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발걸음 하나, 손짓 하나, 호흡 하나, 마음 하나, 함께 가지 못한다면 탱고는 완성될 수 없다. 결국 춤은 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호흡과 마음, 영혼까지 함께 만나야 비로소 춤이 된다. 아브라소는 그 만남을 만들어주는 가교이자 시작이다. 아브라소를 편안히 하고 상대를 맞이한다면, 그의 심장 박동과 함께 새로운 시선이 열릴 것이다. 그만큼 아브라소는 중요하다.
아브라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① 클로즈 아브라소(Close Embrace), ② 오픈 아브라소(Open Embrace), ③ 세미-클로즈(Semi-Close 또는 Flexible Embrace)가 있다. 각각을 차례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클로즈 아브라소(Close Embrace)는 몸통이 밀착된 상태로 추는 포옹이다. 양 가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선 채, 흉곽 중심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소통이 이루어진다. 리더의 체중 이동이나 방향 전환이 몸 전체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감정의 교류가 가장 섬세하게 느껴지는 형태다. 밀롱가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탱고가 이 형태로 이루어진다. 심장의 고동이 느껴져야 온전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② 오픈 아브라소(Open Embrace)는 상체가 일정 부분 떨어진 상태로, 팔로만 연결되어 추는 포옹이다. 복잡한 피규라나 회전, 테크닉 위주의 구성에 적합하며, 쇼 탱고나 테크닉 훈련에서 자주 사용된다. 시각적인 표현이 강조될 수 있지만, 감정적 교류의 밀도는 클로즈 아브라소보다는 다소 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쇼 탱고’라 불리는 에세나리오(Escenario) 스타일에서 많이 활용된다.
③ 세미-클로즈(Semi-Close 또는 Flexible Embrace)는 클로즈와 오픈의 중간 단계다. 상황이나 피겨에 따라 순간적으로 아브라소의 거리와 밀착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즉흥성과 자유도, 감정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는 유연한 형태다. 실제 춤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용적인 방식으로,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능숙하게 전환할 수 있다.
아브라소의 종류를 알았다면, 이제는 아브라소의 방법과 자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① 상대를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감싸 안는다’.
② 팔은 닫힌 틀이 아니라, 상대에게 공간을 열어주는 구조여야 한다.
③ 가슴은 부드럽고 개방적으로, 등은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④ 팔에 힘을 주지 않고, 코어 중심의 안정성과 균형을 통해 연결해야 한다.
⑤ 리더는 공간을 제시하고, 팔로워는 그 공간을 존중하며 채워나간다.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며 아브라소를 하면, 보다 원활하고 안정적인 춤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브라소 안에서 상대에게 집중하는 배려와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다.
아브라소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다. 탱고를 오래 춘 선배님들께서 입을 모아 하시는 말이 있다. "어느 수업을 가도 아브라소를 강조한다." 탱고에서는 “춤이 시작되는 곳도, 끝나는 곳도 아브라소”라고 한다. 스텝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브라소가 불편하거나 불안하면 춤 전체의 감정과 흐름은 쉽게 무너진다. 아브라소는 단순한 신체 접촉이 아니라, 존중과 신뢰, 그리고 섬세한 감정의 통로다.
다른 세계가 만나는데 그 길이 끊어진다면, 세계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탱고는 그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당신의 세계가 나의 세계와 만날 때, 우리는 또 다른 세계를 함께 만든다. 그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서로를 안아줄 때, 비로소 그 일이 시작된다.
결국, 아브라소란 “나는 여기 있어, 그리고 너를 느끼고 있어”라는 침묵의 언어다. 언어는 존재를 정의하고, 세계를 구성하며, 삶의 법칙을 만든다. 우리가 탱고라는 언어, 감정과 느낌의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아브라소가 필요하다. 그 포옹 안에서 나도, 너도, 음악도 하나가 된다. 감정이 흔들리면 아브라소가 흔들리고, 중심이 무너지면 서로를 지탱할 수 없다.
그러니 아브라소는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마음이며, 연결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