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바로 서기
나를 세우기 (Centrarse a uno mismo)
탱고를 처음 배울 때, 가장 먼저 듣는 말 중 하나는 “서로의 축을 공유하라”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각자의 중심을 나누고 기대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탱고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기대게 된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 삶이라면, 탱고란 인생을 압축해 놓은 춤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서로 기대어 추는 춤. 서로 중심을 나누는 춤. 서로 함께하는 춤.
나는 그 말에 마음이 사로잡혔고, 그것이 탱고의 매력이라는 걸 느끼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었다. 바로 ‘기댄다’는 말 자체가 나에게 혼란을 주었다.
"기대어 춤을 추세요."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상대에게 내 무게를 전부 넘기라는 말로 이해했다. 그래서 리더일 때는 무게를 완전히 맡기기도 했고, 팔로워일 때는 리더가 내 무게를 다 받아내야 한다고 믿었다. 나중에 선생님이 그것이 잘못된 방법이라는 걸 설명해 주셨을 때, 나는 그제야 탱고에서의 ‘기댐’이 물리적 의존이 아니라 균형 있는 나눔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균형 있는 나눔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바로 홀로 서기다.
탱고에서 ‘혼자 선다’는 말은, 자신의 축을 세운다는 뜻이다. 단지 물리적인 중심을 지키는 기술이 아니라, 내면의 균형을 유지하는 감각이다. 내 무게를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비로소 누군가와 그것을 나눌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를 지탱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 다가와도 끝내 그 관계는 무너지고 만다.
탱고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축을 세우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중심을 세운다’는 것이 마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코어에 힘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자세적으로는 그것과 유사한 면이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걷기 연습을 할 때, 나는 상대에게 내 무게를 있는 그대로 기대며 걸었다. 상대가 휘청이는 게 느껴졌고, 그 모든 불편함이 상대 탓처럼 여겨졌다. 그렇게 걷다 보니, 걷는 게 재미도 없었고 흐름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선생님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셨다.
“리더는 무게를 견뎌줘야 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무게를 견디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 믿었다. 그때부터는 상대가 기대오는 무게를 버텨내기 위해 하체와 코어 운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떤 상대가 와도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게 연습을 이어가던 중, 선생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무 딱딱해요. 상체의 긴장을 좀 풀어보세요.”
순간, 혼란스러웠다. 단단하면 안 되는 걸까? 버티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상체에 힘을 빼고, 하체에는 힘을 가해서 중심을 세우는 게 무엇인지 유심히 살폈다. 같이 걸을 때 그 느낌에 집중했다. 그제야 나는, 축을 세운다는 것이 단순히 강해지는 것, 버티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기만 해도 중심은 무너진다. 혼자만 서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의존과 고립,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먼저 자신을 세워야 한다. 자기의 축을 세우고, 그 축이 흔들리지 않도록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그 위에 누군가와의 만남이 얹어져야 비로소 탱고가 완성된다.
“훌륭한 댄서는 기술로 존경받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있는 사람에게 감동하게 된다.”
진정한 아브라소는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 나의 축이 잡히고, 너의 축이 잡힌 상태에서 서로를 마주 보는 것. 그때 우리는 진정으로 함께 설 수 있다. 탱고는 단순히 ‘둘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춤’이 아니다. 서로가 각자의 중심을 세운 채,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모든 출발점에는 믿음이 있다. 내가 내 축을 세울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것이 아직 흔들린다 해도, 내가 스스로 설 때까지 기다려주는 마음. 자신의 축이 설 때까지 자신을 사랑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불안한 채로 상대에게 의지하면, 춤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너무 빨리 사랑하려 하고, 너무 쉽게 기대고 만다. 그러다 함께 무너진다.
그러니 먼저 나를 바라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말해야 한다.
“괜찮아. 아직 조금 흔들리지만, 나는 언젠가 나는 중심을 잡을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씩 중심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탱고를 위한 준비이고, 진짜 사랑을 위한 연습이다.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상대의 중심을 존중하는 일.
그 두 개의 축이 만나 하나의 호흡을 만들 때, 우리는 함께 춤을 추게 된다. 삶에서도, 탱고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