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라는 환상
임신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를 기다렸지만 출산은 두려움에 가까웠다.
공황장애가 있는 나는 긴장감을 상당히 두려워하는데, 출산의 긴장을 버텨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나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는데, 수술실로 들어가던 순간 얼마나 떨었는지 걸음이 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아이를 만났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얼굴을 확인했을 때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동안 출산을 하면 아이를 품에 안고 감동의 눈물을 또르르 흘리는 게 당연한 건지 알았는데 말이다.
아기를 본 순간 너무 예쁘다는 생각과 함께 마냥 기분이 좋기만 했다.
나중에 눈물이 나지 않은 내가 모성애가 부족한 건지 한참 고민했더랬다.
인터넷을 보면 자신이 모성애 없는 엄마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내 모든 걸 갈아 넣어도 힘들지 않을 만큼 예쁘지는 않은 것 같아서 자책하기도 한다.
나도 모성애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그런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모성애라는 환상이 너무 크고 높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상 엄마가 되어보니 모성애는 현실이었다.
내 새끼는 너무 예쁘지만 매 순간 감동적인 건 아니었다.
아기를 낳자마자 철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부인이자 딸이었다.
출산과 동시에 자동으로 모성애가 생기진 않는다.
아이를 키워가며 쏟아붓는 그 마음들의 총합이 모성애는 아닐까?
그래서 나의 모성애는 앞으로도 쭉 자라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