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십리터 Jun 25. 2018

런던에 온 덕후의 하루

동심을 자극하는 문화의 힘

런던이 가진 훌륭한 것이 한두 가지는 아니겠지만 내가 찾은 훌륭한 점은 참 뜻밖이었다. 바로 초등학교 시절쯤 받았던 감동을 다시 받은 것. 어린 시절 보던 동심의 세계가 런던에 있었다.


# 호그와트 가는 길

내가 런던에 온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면 해리포터 스튜디오다.

빨리 가고 싶다는 마음에 아침 8시 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다.

여행 중 이렇게 부지런해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바지런하게 움직였다.

왓포드정션역까지는 금방이고 도착하면 역 앞에서 스튜디오까지 셔틀버스를 탄다.

버스 전체를 도색한 해리포덕의 해리포덕을 위한 해리포덕에 의한 버스다.

버스에 탑승한 순간 덕후의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이걸 보고 흥분하지 않을 덕후가 있을까?

스튜디오에 도착해서 소중하게 들고 다니던 예약증을 티켓으로 바꿨다.

너무 소중한 티켓을 품고 입장하면 영화 제작 과정과 관련된 영상을 본 뒤에 스튜디오로 들어간다.

벅차오른다.

상상 속의 세계가 실존한다는 생각뿐이다.


# 나는 왜 여기서 그리움을 느끼는가

여길 들어가면 호그와트!

마법 세계로 들어가는 커다란 문이 열리고 세트장이 나타났다.

쓸데없는 그리움이 느껴진다. 

역시 나는 머글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대학보단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싶었다.

기숙사 침대와 연회장, 스네이프의 강의실 등등이 보인다.

침대에 눕고 싶은 다리를 부여잡고 밖으로 나가면 구조 버스도 있고 버터맥주도 판다.

호그와트가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버터 맥주는 맛이 없어서 이게 바로 머글은 이해 못 하는 마법사의 맛인가 싶다.

음식 맛 때문에 다시 머글로 살기로 한다.

계단 밑 벽장에서 살게해주세요 PLZ...

스튜디오 안에는 포토존이 몇 군데 있다.

포즈를 취하면 CG로 실제 마법사가 된 것처럼 만들어주는 특별한 포토존이다.

나는 참지 못하고 빗자루를 탔다.

스크린을 배경으로 빗자루를 타고 폼을 잡으면 빗자루를 타고 험난한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의 DVD로 만들어 준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 없이 쓴 돈 중에 하나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멋진 일이다.

동심을 간직할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나는 해리포터를 처음 읽은 초등학생이다.

강낭콩 젤리 하나에 흥분 할 수 있는 추억이 주는 특권을 잔뜩 누렸다.


# 현실에서 꾸는 꿈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도 아직 꿈에서 덜 깬 기분이다.

하지만 상상에서 벗어나 이번엔 꿈을 꿀 시간이다.

마법사의 꿈에서 깨기도 전에 뉴욕의 브로드웨이와 맞먹는다는 런던의 뮤지컬 거리 웨스트엔드로 왔다.

여기까지 왔으니 뮤지컬 하나는 봐야겠다.

한국에서도 뮤지컬을 많이 경험했던 건 아니라 단 하나의 공연을 위한 전용극장이 널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다.

많은 공연 중 내가 선택한 뮤지컬은 라이온킹이다.

해리포터가 있기 전 하루에 세번씩 보던 비디오가 라이온킹이다.

초등학교때는 해리포터 책을 봤고 유치원 때는 라이온킹 비디오를 봤다.

너무 봐서 영어를 못 해도 내용을 다 안다.

지갑을 생각해서 가장 싼 좌석을 사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 데서나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vip석은 무리이기에 두 번째로 좋은 좌석을 선택했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무리지만 그래도 국제학생증 찬스를 써서 할인을 받았다.

뮤지컬 라이온킹은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시작한다.

극이 시작되면 각종 동물 분장을 한 배우들이 객석 뒤에서 무대로 걸어간다.

느릿느릿하게 동물들의 걸음을 재연한 섬세함이 느껴진다.

소품 하나하나가 멋지다.

운 좋게도 통로 자리를 받아서 바로 옆에서 걸어가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봤다.

바로 극에 몰입했고 동심으로 빠져들었다.


# 문화가 갖는 힘

공연은 너무 좋았다.

잊고 있던 심바를 만났다.

사실 성인이 되고서는 디즈니가 동심을 지켜주기만 하는 회사가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동심이 좋다고 생각한 일을 나쁘게 생각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여전히 티몬과 품바의 유쾌함에 빠졌다.

극장에서 나와 킹스크로스역 근처를 걸었다.

9와 3/4 승강장이 보인다.

처음 런던 방문을 결정했을 때도 그냥 유명한 도시에 간다는 생각 정도였다.

그랬던 런던이 이토록 동심을 찾아주는 도시가 될줄 몰랐다.

도시 전체가 테마파크 같다.

가장 멋진 올림픽 개막식으로 런던 올림픽을 꼽는다.

가지고 있는 문화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도시와 국가를 소개할 수 있는 곳이 런던이다.

특정한 시대가 아닌 전 시대에 거쳐 전 세계에 문화를 알렸고 특히 아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건 참 큰 힘이다.

런던은 문화가 갖는 힘을 잘 설명해준 도시다.

빅벤과 국회의사당. 여긴 어디서 봤냐면 피터팬이 날아갈 때 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런던의 첫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