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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Jun 06. 2018

런던의 첫인상

런던 시내를 바라보며... 

런던에서 기대했던 유일한 일은 해리포터 스튜디오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런던의 가치는 풀밭 위에 있었다.


# 런던의 가치                                                                          

네덜란드에서 영국으로 가는 길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길~었다. 

암스테르담에서 런던까지는 어쩌다 보니 교통수단을 다섯 번이나 바꿔 타고서야 런던에 도착했다. 
런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비행기 없이 유럽을 돌아보겠다는 결심이 흔들린 순간이다. 
지친 탓인지 런던의 첫인상은 특별할 것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런던은 큰 특징이 없는 도시다.

영국이라는 나라, 런던이라는 도시 자체의 유명세가 커서 대단할 것 같지만 로마나 파리 같은 도시와 비교하면 생각보다 볼거리가 없다.

유명한 건물은 많지만 유명 관광지가 있다기보다는 런던 자체가 유명해서 건물도 유명해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빅벤과 국회의사당은 멋진 건물이지만 시계탑과 국회의사당은 대부분의 도시에 있고, 세인트 폴 성당은 아주 크고 멋진 성당이지만 제일 큰 성당은 아니고, 영국박물관은 대단하지만 루브르나 바티칸 박물관에 비해 대표작이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여행 코스를 잡을 때는 런던까지는 넣지 않았다.

그렇다고 런던에 볼게 없는 건 아니고...유명한 관광지는 아주 차고 넘친다

다만 런던은 일부 덕후들에게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런던 올림픽 개막식 때 보여 준 방대한 문화가 영국의 진짜 가치다.

내가 축구를 좋아했다면 경지가 성지순례를 했을 것이고, 영화를 좋아했다면 포토벨로마켓을 비롯해 골목을 누볐을 것이며, 지금 간다면 셜록의 흔적을 찾아다닐 것이다.

당시 내가 런던에 간 이유는 한가지다.

해리포터의 나라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해리포터.

그렇다.

나는 해리포(터)덕(후)이다.

해리포덕으로서 9와 3/4 승강장과 해리포터스튜디오를 봐야했다.

당장의 숙박도 결정하지 않고 출발한 여행이지만 유일하게 한국에서 예약했던 일정이 해리포터 스튜디오였다.

런던까지 오는 길에 일정이 촉박해서 바꾸고 싶었는데도 무리하며 온 이유도 딱 하나, 해리포터 때문이다.

스튜디오 예약은 이틀 후지만 이미 마법세계에 들어 온 머글의 기분이었다.

그렇게 런던의 첫날은 킹스크로스역에서 기차를 타는 꿈을 꾸며 잠들었다.


# 런던의 눈에서 내 눈으로 보기

런던에 도착한 둘째 날, 런던 여행의 첫날.

첫 일정으로 런던을 조망하기로 했다.

오이스터 카드를 사 들고 지하철로 런던아이까지 갔다.

놀이동산을 싫어하는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바로 관람차다.

둥근 그림을 그리며 돌아가는 기계 속에서 둥글게둥글게 세상을 바라보면 모나지 않게 예쁜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보다 차근차근 조심스럽게 도시의 위로 올라가는 그 모습이 좋다.

밤에는 빛나는 런던아이

런던아이에 올라타니 느릿느릿한 통 안에서 도시가 점점 낮게 깔린다.

이 커다란 런던의 눈은 한 바퀴를 돌면 30분 정도가 걸린다.

관람차는 빅벤, 국회의사당, 세인트폴성당 등 앞으로 내가 갈 곳들의 위치를 안내해줬다.

도시를 한눈에 바라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런던, 로마, 파리 같은 도시가 아주 클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유럽에 서울보다 큰 도시는 없다고 봐도 된다.

특히 관광객이 돌아보는 공간은 도시의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럽 도시는 지하철이나 버스 없이 걸어서만 다닐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런던은 파리나 로마보다 고층건물과 현대적인 건물이 많아서 꽤 대도시다운 모습이다.

런던아이에서 본 런던


# 런던, 참 여유로운 도시

다시 땅을 밟은 뒤 커피를 한잔 사 들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빅벤이 보고 웨스트민스터에 도착해서 들어가려고 입장 줄에 섰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고 줄이 길다.

여길 꼭 들어가야 하나 싶다.

잠시 주춤하다 줄을 이탈했다.

관광지에 집착하지 않으련다.

웨스트민스터를 포기하고 간 곳은 가까운 마트다.

파스타샐러드를 하나 사서 근처의 세인트제임스파크로 갔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만들어진 티가 나는 공원이라면 여긴 그보다 자연스럽다.

공원으로 시작한 곳이 아니라 왕실의 정원으로 시작한 공간이라는 차이 때문 같다.

런던에서 뜻밖의 꽃놀이

왕실의 정원이었던 공원에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룹끼리 원을 만들어 앉아 놀고, 혼자 책을 읽거나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일광욕을 즐기다 도시락을 꺼냈다.

'런던'하면 우산과 안개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내가 도착한 런던은 날씨가 너무나 맑았다.

사람들은 이미 민소매 옷을 입었고 햇볕이 따가워서 몸을 뒤집어 가며 누워야 했다.

공원에 앉아있기 너무나 좋은 날씨였기에 별거 아닌 파스타를 먹으면서 행복에 젖었다.

이날의 기억이 좋아서 런던에 있는 동안 공원에 많이 다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공원에는 일상이 담겨 있다.

특히 행복한 모습이 들어 있다.

그 나라 사람들이 행복을 즐기는 방법을 보고 그 옆에 있을 때면 혼자 있다는 사실을 잊고 시간이 흘러간다.

그래서인지 혼자 하는 여행일수록 공원을 다닌다.

런던은 그런 공원이 많은 나라였다.

그 뒤로 버킹엄 궁전 앞에서 한국관광객 사이에서 가이드 설명도 훔쳐 듣고, 트라팔가 광장에 앉아도 보고 차이나타운도 거치고 피가딜리서커스도 지났고,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공원에서 점심을 먹으며 꾸벅꾸벅 졸았던 시간이다.

걱종 관광지보다 공원에서 쉬어가는 시간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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