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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May 22. 2018

네덜란드는 어떤 곳?

풍차보다 아름다운 생맥주


어릴 때는 네덜란드를 평화로운 동화의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짜 네덜란드에 다녀 온 이후엔 홀랜드=맥주가 되어버렸다.

# 네덜란드의 이미지?

보통 네덜란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에게 네덜란드는 상당히 귀엽고 올망졸망한 이미지였다.

어릴 때 본 풍차와 튤립의 나라라는 소개 때문 같다.

나라 전체에 튤립이 피고 바람에 맞춰 풍차가 돌아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 네덜란드의 정체가 마약과 홍등가까지 합법인 자유의 나라라는 걸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네덜란드가 귀여운 줄 알고 갔으나, 네덜란드에 가면 내가 제일 귀여워진다.

평균 키가 180cm가 넘어간다는 세계에서 가장 키 큰 사람들이 모여 사는 네덜란드에서 160cm도 안 되는 나는 다리가 짧아서 자전거도 못 타는 미니어처다.

특수한 지형에 맞춰 옹기종기 모인 귀여운 건물 안엔 큰 사람들이 산다.

사람들이 너무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건물이 작아서 귀엽다는 이미지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네덜란드의 첫 느낌이 이렇다 보니 잔세스칸스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내가 알던 귀여운 네덜란드가 그곳에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네덜란드가 안예쁜건 아니고...이렇게 아름다운 곳인건 분명하다


# 네덜란드 그 자체 '잔세스칸스'

잔세스칸스는 말하자면 민속촌 같은 곳이다.

21세기 네덜란드에서 풍차는 보존이 필요한 희귀한 존재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20분 정도를 가면 나오는 마을 잔세스칸스에 가면 풍차는 물론 네덜란드의 또 다른 상징 나막신 등등의 전통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다른 관광객을 따라가니 어느새 짭조름한 냄새가 나는 마을이 나온다.

양조장이나 무슨 공장이 있는지 진득한 간장 냄새 비슷한 냄새가 풍긴다.

조금 괴로워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도개교가 나오고 풍차가 보인다.

말로만 듣던 네덜란드의 풍차였다.

급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곳의 풍차는 하나하나 이름이 붙어 있고 전망대처럼 올라가 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풍차를 체험하는 야외박물관이다.

풍차 위에서 별거 아닌 전망도 바라보고 나막신 공장에서 나무를 깎아 나막신을 만드는 과정도 봤다.

삐걱거리는 풍차 소리가 괜히 정겹다.

남의 것이지만 오래된 것, 전통에서는 익숙한 정서가 느껴지기도 한다.

잔세스카스는 대략 이런 마을
나막신 박물관 앞 초대형 신발! 네덜란드 나막신의 이름은 'klompen'이다


# 'I am'sterdam!

오전을 근교에서 보내고는 오후에 암스테르담 트램 1일 이용권을 구입했다.

풍차만큼이나 기대했던 국립박물관으로 갔다.

네덜란드에도 꽤 유명한 그림이 많다.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화가라는 고흐도 네덜란드 출신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입장을 위해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유럽여행의 의미가 교과서를 실물로 보는 것이라면 여긴 의미가 크다.

수업시간에 보던 그림들이 널려 있다.

일단 렘브란트의 그림을 봤다는 만족감이 있다.

흔히 ‘야경꾼’으로 알고 있는 ‘반닝 코크 대장의 중대’라는 그림이 보고 싶었다.

야경꾼은 이 국립미술관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작품이다.

천재 렘브란트의 인생을 바꾼 그림이란 어떤 것인지 그 위압감 앞에 서보고 싶었다.

반닝코크 대장의 중대. 상상 이상으로 커다란 그림...

예술에 큰 조예는 없지만 유명한 것들을 실물로 본다는 건 꽤 재밌는 일이다.

렘브란트의 그림이 그려진 볼펜을 사 들고 박물관을 나왔다.

건물에서 나오니 고흐 미술관과 잔디밭이 보인다.

이미 내 짧은 예술 감성이 끝나서 고흐미술관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박물관과 미술관이 보이는 너른 잔디밭으로 갔다.

광장에는 좋은 날씨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I amsterdam’이라는 조형물이 보이는 광장에 드러누워 핀란드에서 산 엽서를 꺼냈고, 야경꾼 그림이 들어간 볼펜으로 엽서를 쓴다.

바람이 불어서 조금은 찬 날씨지만 뒹굴고 싶어지는 잔디밭이다.

엽서를 다 쓰고 다시 중앙역으로 갔다.

네덜란드는 우편물을 꽤 정확하게 보내준다는 말을 들어서 며칠 전에 핀란드에서 산 엽서를 지금에서야 쓴다.

역 앞 인포메이션에서 우표를 사서 엽서에 붙이고 우체통에 넣었다.

한국어로 쓴 내 엽서가 어떤 모습으로 도착할지 궁금하다.

암스테르담 중심가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 처음 먹는 생맥주의 맛

어릴 적 만든 네덜란드의 이미지가 풍차와 튤립의 동화 마을이었다면 성인이 된 내가 깨달은 네덜란드는 하이네켄이다.

수입 맥주가 유행하던 초기에 맛본 맥주가 하이네켄이었다.

국산 맥주와는 다른 무게감 있는 청량함이 신기했다.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에 가면 하이네켄 공장이 가고 싶었다.

하이네켄 공장은 쉽게 찾아갈 수 있어서 암스테르담의 대표 관광지이기도 하다.

영어 가이드를 따라 견학을 하면 공장 내부 시설과 제조과정을 설명해주고 마지막엔 생맥주를 먹을 수 있는 펍으로 안내 한다.

이 안에 얼마나 많은 맥주가 들어 있을지 생각하면...두근두근

온통 초록색인 공장은 맥주 그 자체다.

펍에서는 입장할 때 나눠주는 팔찌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생맥주를 흘러넘치게 담아주는 전문가의 손길이 마법 같았다.

처음 느끼는 유럽 생맥주의 맛.

아직 술맛을 모를 때였지만 맛있었다.

그 뒤로 더 맛있는 맥주를 마실 일이 많았지만, 이날의 분위기와 기억은 따라가기 힘들다.

분명 내 기억 속의 네덜란드는 잔세스칸스였는데 어쩌다 보니 가장 아름다운 기억은 술집에 남겨두고 왔다.

지금은 네덜란드를 떠올릴 때 무조건 생맥주부터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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