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옥수수+일몰

그것들이 모여 만든 어떤 만달레이의 하루

by 사십리터


철조망에 널린 빨래의 구김이 좋았고, 낯선 나에게 옥수수를 나눠 준 사람의 손등도, 갑자기 쳐들어 온 무법자를 태워 준 트럭도 모두 모두 좋았다.



1. 안 풀리는 하루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혹시, 설마, 그래도, 어쩌면, 에이, 아닐 거야, 음....

그런 마음이었는데 호스텔에서 근교 투어를 신청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

4명이 모아져야 택시 1대가 채워지는데 실패다.

유감을 전하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호스텔 직원에게 '어쩔 수 없지'라는 느낌을 가득 담아 미소를 보여줬다.

그럼 오늘 어떻게 할지 아침을 먹으며 고민을 했다.

크래커 씹는 소리가 날 정도로 구운 토스트를 씹을 때마다 내 멘탈이 바스락거린다.

다른 때라면 별 상관없었겠지만 몸 상태 그닥이라 편한 택시를 타고 싶었다.

게다가 바간 투어가 생각보다 비싸서 만달레이 택시 투어 정가는 어느 정도일지 감이 잘 안 왔다.

사람이 가득 찬 픽업트럭, 뒤에 서 있는 사람은 계산과 안내를 담당하는 차장

고민 끝에 픽업트럭을 생각했다.

픽업트럭은 트럭을 개조한 버스 같은 미얀마의 대중교통이다.

정류장도 따로 없고, 목적지 안내도 없다.

이런 픽업트럭을 타는 방법은 한 가지!

그냥 길가는 트럭에 매달린 차장에게 소리 질러 목적지를 말해야 한다.

한 마디로 어렵다.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은 생각도 안 하고 줄기차게 택시만 타는 이유가 이거다.

서울 버스도 어려워서 지하철만 타는 나에겐 도전 수준이다.

하지만 아마라푸라에서 탁발 행렬을 보지 않으면 만달레이에 온 이유의 반이 사라진다.

시간이 넉넉한지 체크하고 시장이 있는 큰길 쪽으로 나가 픽업트럭을 탈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역시 힘들다.

큰길로 가는 동안 택시 기사들의 러브콜을 15번쯤 받고 뿌리치길 반복하며 트럭들에게 애절한 눈빛을 보냈지만 말을 걸어 보기도 전에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인이 현지 교통수단을 이용할 거란 생각 자체를 안 하는 것 같다.

게다가 방향조차 모르니 어느 쪽에서 잡아야 할지도 감이 안 온다.

어렵게 목적지를 말해도 방향이 다르다.

게다가 오토바이 택시 기사 하나가 끈질기게 따라오더니 왜 본인을 안 믿어주냐며 화를 내고 가서 짜증이 난 상태다.

트럭에 소리를 지르다 보니 시간도 꽤 지났다.

나올 때 까지는 괜찮았던 날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트럭을 잡기 제일 좋다고 해서 찾은 시장 좌판 근처 도로에서 발만 구르는 날 상인들이 이상하게 본다.

이렇게 방향이 안 맞을 리 없는데.

그때 직감했다.

'아, 오늘도 망했구나.'

그리고 만고불변의 진리를 생각한다.

'포기하면 편하다.'



2. 빨래에 붙은 숨결

마하간다용 수도원의 탁발을 보려면 오전 10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깔끔하게 내일로 일정을 미룬다.

대신 다음날생각한 시내투어를 오늘 해야겠다.

미얀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유적 중 하나인 마하무니 파야라면 오늘 하루의 보상이 되겠지.

만달레이는 길이 찾기 쉬운 바둑판식이고, 거리도 얼마 안 되는 것 같아 마하무니까지 걸어본다.

이게 고생의 시작이었다.

거리가 아주 멀지는 않았지만 나는 태양이 가장 강한 12시를 향해 걷고 있었다.

신호 없이 차와 오토바이가 달리는 도로가 낯설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많은 시간을 지체했다.

목이 탔다.

그건 분명 목구멍 사이로 자외선이 파고들어 식도를 태우는 느낌이었다.

절망에 빠지기 직전, 뜻밖의 길을 만났다.

만달레이의 기찻길.

지하철 없는 이 도시에 있는 한 줄의 기찻길이 있다.

석가모니가 떠돌다 보리수를 발견했듯이 기찻길을 발견했다.

이 길을 가로질러 가면 되겠지 싶어 최대한 철길에 따라붙어 걸었다.

하지만 골목에 막혀 가던 길이 곧 사라졌다.

당황해야 하는 건지 고민에 빠지기 직전 철길을 감상했다.

의외의 경치, 뜻밖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만달레이를 걷다 만난 기찻길

아마도 빈민가로 보이는 도랑 옆의 텐트에 가까운 집들이 보였다.

모양은 거의 움집이었고 힘든 냄새가 올라왔다.

아주 현실적인 미얀마인들의 생활이 녹아 있는 거리였다.

외국인이 들어온 적 없었을 것 같은 이 골목.

길 잃은 여행자를 향한 시선이 그리 곱지는 않았다.

적막함이 나를 몰아내려는 것 같아 조금 무서웠다.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철길 쪽으로 향했다.

철조망 사이로 보이던 어느 가족의 빨래

철조망 사이에 난 구멍 같은 문으로 빠져나오자 철길 옆에 널어둔 빨래가 보인다.

올망졸망 모인 집들 옆 철조망에 널어 둔 빨래를 보자 무서웠던 마음이 사그라든다.

햇빛 아래서 마르고 있는 빨래는 누군가 이곳에서 살아간다는 증거다.

그건 사람이 삶을 다듬는 방법이다.

입고 있는 옷을 깨끗이 만드는 건 삶을 보송보송하게 하고 활기를 갖는 방법이다.

빨래 주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방법이다.

삶을 포기사람에겐 빨래가 나오지 않는다.

빨래는 사람이 살고 있는 증거이며 생명력 그 자체다.

이렇게 화창한 태양에 말린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잠시나마 공포를 느꼈던 나를 반성한다.



3. 부처님이 허락한 아이스크림

빨래에서 빌려 온 생명력으로 걷는 중 요란한 음악소리가 들린다.

마하무니 파야에서 뭔가 행사가 있었던 모양이다.

멀리서 봐도 크다.

야지(큰 사원)라고 불리는 이유를 단번에 알겠다.

동서남북으로 난 입구가 모두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로 보인다.

오는 길에 조금만 큰 사원이 보여도 저기가 마하무니인가 의심했던 나를 반성한다.

마하무늬 파야 입구 근처 풍경

거대한 규모 말고도 마하무니 파야가 유명한 결정적 이유가 하나 있다.

4m 높이의 거대한 황금 불상!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조금 징그러운 마하무니 불상.

이곳을 방문하는 신도들은 금박을 사서 직접 불상에 붙이며 여러 가지 소원을 빈다.

아직도 만들어지는 중인 셈이다.

멀리서 버스를 대절해서 올 정도로 미얀마인들이 평생에 한 번은 오고 싶어 하는 성지다.

금박을 불상에 붙이는 장면을 사원 내에서도 tv로 중계다.

이 불상에 부처에게 가장 좋은 것을 바치려는 미얀마 사람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가 그렇듯 여자에겐 신실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불상 옆에 서 있을 자격은 오직 남자들의 몫이다.

한국에서라면 투서라도 한 장 남기겠지만 여기선 그저 가까운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불상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신앙심 깊은 할머니 한분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리고 다.

그 뒤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원 구석구석에 있는 고양이들이 전부 수컷은 아니겠지?

금박을 붙일 수 없어서 억울했지만 나보다 더 억울한 여성 신도들도 있겠지.

조용히 금빛 불상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다.

'아 저거 다 팔면 몇 돈일까. 돌반지로 만들면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들 하나씩 다 줄 수 있을 거 같아.'

뭐 그런 생산적인 생각들.

솔직히 맛은 평범했지만 너무 간절했던 아이스크림

불상을 보는 척 지친 다리를 쉬게 하다 일어났다.

상점가로 향하는데 아이스크림이 눈에 띈다.

몇 시간을 물 없이 걸어 다닌 나에게 아이스크림이란 단어달콤했다.

500짯에 3 스쿱을 떠주는 아이스크림은 맛도 가격도 초등학교 운동회 날에 사 먹던 그것과 똑같았다.

왜 더운 나라 사람들이 단 음료를 마시는지 이해된다.

부처님 바로 앞에서 이런 쾌락을 느껴도 되는지 죄책감이 들 정도로 맛있었지만 이 정도 향락은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4. 올라갈 땐 옥수수, 내려올 땐 트럭

원래 오늘은 택시 없이 도보로만 다녀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으로도 다음 목적지인 만달레이 힐에 걸어갈 체력채워지지 않았다.

결국 사원 입구 쪽에서 말을 거는 오토바이 택시를 탔다.

오토바이는 만달레이 힐 정상이 아닌 입구에서 내려주고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곳엔 입구와 정상을 왕복하는 픽업트럭이 기다리고 있었다.

픽업트럭은 종종 외국인들을 트럭의 유일한 좌석인 조수석에 태우고 요금을 몇 배로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럭 기사가 나에게 조수석으로 가라고 하자 그 말이 생각났다.

게다가 짐칸에 타는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 냉큼 뒷자리에 올라탔다.

이렇게 생긴 픽업트럭의 창살(?)을 잡고 산을 올라야 한다

먼저 타고 있는 몇몇 미얀마인들이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조금 더 사람을 모은 트럭이 출발했고 구불거리는 산길을 꿀렁꿀렁 올랐다.

디스코팡팡 간접 체험 느낌이다.

사방으로 튀어나가지 않으려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조금 잠잠해지는 구간에서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가던 여자 승객이 말을 걸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한 그녀는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 제목을 말했지만 영어 제목이어서인지 내가 모르는 것들이었다.

나보다 한국 드라마를 잘 아는 것 같은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은 뒤 포켓포토로 함께 찍은 사진을 인화해줬다.

사진 선물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옆의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자 호기심으로 나를 보던 사람들도 이내 활짝 웃으며 나를 다시 본다.

내가 그들에게 가진 호의를 조금은 알았나 보다.

산 중턱쯤에서 먼저 내린 그녀는 나에게 삶은 옥수수를 하나 주면서 자기가 여기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으니 내려오는 길에 꼭 들려서 먹고 가라고 말했다.

나에게 옥수수를 주다니 상냥해!

뜻밖의 간식거리와 미소를 선물 받아서 참 기쁘게 만달레이 힐에 도착했다.

만달레이 힐을 걸어 온다면 만나게 될 계단, 몸상태가 별로라면 절대 걷지 않는 걸 추천한다

전망대에서 여유 있게 경치를 보고 싶었지만 한낮에 달궈진 사원을 맨발로 걷는 일은 어려웠다.

만달레이 시내의 전체적이 모습을 잠시 보고 금방 내려와야 했다.

왜 이곳이 일몰 명소인지 이해된다.

바닥이 식은 사원 꼭대기에서 해지는 만달레이를 본다면 확실히 아름다울 것 같다.

다시 내려왔더니 산 아래로 가는 픽업트럭이 막 떠나고 있다.

다음 트럭에서 기다리지만 손님이 타지 않는다.

손님이 꽉 차야 출발하기 때문에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안 되겠다.

옥수수를 준 그녀가 있는 곳까지만 걸어 내려가야겠다 싶어 트럭에서 내렸다.

주차장 쪽으로 가니 조금 작은 트럭들이 모여 있다.

이것도 전부 픽업트럭인가 싶어 사람이 제일 많이 탄 트럭에 타도 되냐고 물어보니 타라고 한다.

일행인 듯 대여섯 명의 여자들이 타고 있었다.

잘됐다 싶어서 신발을 벗고 트럭에 올랐다.

그런데 트럭이 어딘가 멀리까지 간다.

GPS 지도를 켜서 보니 이미 산은 다 내려온 뒤였다.

설마 다른 도시로 가진 않겠지 싶어 불안했지만 일단 가만있었다.

트럭은 어느 사원 앞에 도착했다.

가이드북에서 본듯한 사원의 입구다.

그제야 느낌이 왔다.

이 사람들은 트럭을 대절해서 만달레이 사원 투어를 하는 중이었구나!

그들 입장에선 뻔뻔하게 대절한 트럭에 올라 탄 나를 받아준 거다.

얼마냐고 물어보자 돈을 안 받는다고 해서 고맙고 미안했다.

대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는 그녀들과 흔쾌히 사진을 찍고 사원으로 들어갔다.

교통이 마땅치 않아서 만달레이 사원 투어를 포기하려 했는데 이런 식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심지어 나를 기다렸던 건지 시간이 맞았던 건지 사원에서 나오는 나를 다시 태워서 다른 사원까지 데려간다.

트럭을 얻어 타고 도착한 구도도 파야, 부처님의 뜻을 대리석에 새겨 보관하는 뜻 깊은 곳이다

덕분에 만달레이의 주요 사원 몇 곳을 편하게 돌아봤다.

미얀마에서 지친 순간엔 뜻밖의 친절이 찾아와 나를 달랜다.

그건 큰 기동력이었다.



5. 다시 찾은 다이아몬드 플라자

트럭소녀들과 헤어지고 시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중간에 만달레이 왕궁이 있으니 둘러보고 시내까지 걸으면 적당히 쉬면서 갈 수 있을 거란 계산이었다.

그러나 만달레이에선 계산이 잘 안 맞는다.

생각보다 관광지 사이 거리가 꽤 있어서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만달레이 왕궁 옆을 지날 때 마침 오토바이 택시가 나를 보고 멈춰 서서 따라오기에 지는척하며 다이아몬드 플라자로 가달라고 했다.

20170111_144558.jpg 만달레이 왕궁 주변

아직 낮이니까 식당도 열었을 테고 1층의 은행에서 환전도 조금 더 해야겠다.

하지만 낮에 찾은 다이아몬드 플라자는 어젯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당이 있는 층에는 어제보다 가게 1개가 더 문을 열었을 뿐이다.

심지어 환전 때문에 찾은 은행은 4시도 안된 시간이었는데 업무가 끝났다고 옆에 있는 환전소로 가란다.

생각보다 이른 은행 영업 종료시간에 당황하며 옆 환전소에서 100달러를 더 환전했다.

결국 지하 마트에서 음료만 사서 호스텔로 향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하루를 마무리하기엔 좀 억울하다.



6. 사가잉에 가야겠어

지치는 것 이외에 한일이 생각나지 않아서 잠들지 못할 것 같다.

근교 도시 하나라도 다녀와야 잠이 올 것 같다.

호스텔 프런트에 만달레이 서쪽 사가잉에 가는 택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원은 전화로 가격을 물어봐 주었고 7000짯인데 기사를 부를 거냐고 한다.

기사를 불러달라고 말한 나는 잠시 숨을 돌렸다.

조금 뒤 오토바이 택시 한 대가 도착했고 택시기사가 헬멧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해준다.

심지어 내 머리에 크다며 더 좋은 자기 것과 바꿔준다.

미얀마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안전을 챙겨주는 이 기사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사가잉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해가 지고 있어서 바람을 느끼며 오토바이를 타기엔 추웠다.

만달레이 시내에선 속도를 내지 않아서 바람도 없었지만 시내를 벗어나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 바람이 차다.

헬멧 대신 운전기사의 가죽 재킷을 빼앗고 싶었다.

일몰 근처의 사가잉 브릿지

가는 길엔 가로수길이 있었고 모래 먼지도 있었다.

가로수 바로 옆엔 천막으로 집을 지은 사람들이 살며 소와 돼지까지 키우고 있었다.

차도 한가운데서 키운 소는 애완용인 걸까.

이런저런 미얀마 사람들에겐 소소하지만 내겐 신기한 모습들을 사진 찍었더니 운전기사가 나를 길에 내려준다.

도착하기까지 3번쯤 내려서 포토타임을 주고 내 사진을 찍어준다.

솔직히 사진을 안 좋아해서 귀찮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혼자 여행할 때 사진 남길 일이 없어서 즐거운 척하며 사진을 찍었다.

사가잉 브릿지를 지나 일몰 명소인 사가잉 힐에 도착했다.

사실 이곳은 일출 명소지만 계획이 틀어지면서 일몰시간에 왔다.

전망대 겸 사원에 오르니 수많은 사원이 박혀 있는 풍경이 보인다.

하얀 사원들이 듬성듬성 있는 모습이 제법 고즈넉하다.

정말 파고다의 나라답다.

바간 같은 특정 지역뿐 아니라 미얀마 어딜 가도 이렇게 많은 사원에 둘러싸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 나에게 불교 이미지는 산속에 덩그러니 지어진 암자 하나였다.

미얀마에 와서 생활터전 어디에나 있는 파고다를 보고 나서야 불교가 이렇게 거대한 종교였는지 이제야 알았다.

사가잉 힐에서 본 일몰

전망대는 고요했다.

대부분 조용히 일몰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얀마에선 계속 일출만 보고 일몰을 보긴 오랜만이라 새로운 기분이다.

일몰은 항상 정적을 데리고 와서 좋다.

어릴 적 먹던 주황색 해열제 색을 닮은 일몰 시간의 해를 보고 있으면 열이 내리면서 시끄럽게 들썩이던 호흡이 진정되듯 복잡했던 머릿속에 고요가 깃들어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 차분함에서 새로 시작할 용기를 얻기도 한다.

때론 뜨는 것보다 지는 것이 새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가잉에서 일몰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해를 보냈으니 내일의 여행을 준비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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