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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Aug 08. 2019

체스키의 크룸로프

여전히 궁금한 그곳

체스키크룸로프에는 미련이 많이 남는다. 큰 볼거리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당일로 짧게 다녀온 것이 실수였다. 덕분에 나는 체스키크룸로프를 봤지만 체스키의 크룸로프(오솔길이라는 뜻)가 궁금하다. 다시 체코에 간다면 그 작고 예쁜 마을에 햇살이 떨어지는 아침과 붉은 지붕으로 더 붉은 노을 지는 저녁이 보고 싶다.


# 살금살금 프라하를 나오다

성당 뒤, 프라하 중심가 한복판에 있는 숙소에서 나와 광장을 가로질러 기차역으로 향했다.

불과 몇 시간 전 밤에 사람이 가득 들어찼던 거리가 비었다.

종탑이 아닌 거리에서 텅텅 빈 소리가 난다.

중세였다면 제일 바빴을 시간이 한가한 것을 보니 어제까지 보이던 프라하의 마법이 깨지는 기분이다.

관광지에 왔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갑자기 낯설어진 프라하를 떠나 기차를 타고 체스키크룸로프로 갔다.

체스키크롬로프 기차역은 중심가에서 멀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는 방법도 복잡해서 보통은 버스를 타고 간다.

하지만 유레일패스는 있고 돈은 없었던 나는 무료로 탈 수 있는 기차를 택했다.

타고 가던 기차에 문제가 생겨서 내려서 갈아타야 했고, 덜그럭거리는 승차감이 그리 좋지 못했지만 버스보다 조금 더 위에서 시작한 출발을 후회하지 않는다.

프라하를 떠나 체스키크룸로프로

어렵게 도착한 기차역은 다시 올라올 일이 걱정되는 언덕 위에 있었지만, 여행하려는 곳과 어울리는 작고 귀여운 역이었고 마을을 한눈에 보여준다.

다시 올라오는 일이 걱정되는 언덕길이었지만 산 위의 작은 기차역은 체스키크롬로프와 어울리게 작고 귀여웠고 내려가면서 마을이 보였다.

조금씩 모습을 보이는 체스키크룸로프!


# 크룸로프로 만든 마을

붉은 지붕으로 유명한 체스키크룸로프는 순수하게 예뻐서 유명한 마을이다.

체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붉은 지붕으로 가득한 오밀조밀한 마을이라면 그건 프라하가 아닌 체스키크룸로프일 가능성이 크다.

‘체코의 오솔길’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이 마을은 유럽 전체에서도 손꼽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멀리서 보니 펀치볼에 레고로 만든 붉은 집을 담아놓은 듯이 보인다.

프라하 이상으로 더 깊은 중세 속에 머무는 마을이다.

마을을 두르는 블타바강에는 중세부터 마을 사람들이 흘린 이야기와 관광객들이 던진 웃음이 물 대신 흐르며 조잘거릴 듯 마을을 감고 돈다.

블타바강이 흐르듯 마을로 흘러 들어가니 이름답게 크룸로프(오솔길)같은 골목이 펼쳐진다.

광장과 골목을 돌아다녀 보니 여기가 얼마나 예쁜 마을인지 느껴진다.

체스키성에 올라 바라보니 마을과 강이 붙어있듯이 가깝다.

붉은 지붕의 건물과 강이 골목으로 좁게 연결되어 있어서 동화마을의 분위기가 한껏 난다.

유럽 풍경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눈에 띄게 예쁘다.

사진에는 얼마나 예쁜지 잘 안나와서 억울함


# 맛 빼고 완벽한 식사

강이 보이는 노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본격적인 관광 시간은 아닌지 아직 사람이 적어서 식당은 여유롭다.

관광지 중심에서 파는 맛에 비해 조금 비싼 평범한 음식이지만 맥주 한잔과 체스키성을 곁들이니 훌륭한 식사가 된다.

완벽한 날씨와 완벽한 배경에서 먹는 한 끼다.

체스키크룸로프에는 골목길의 숫자만큼 곳곳에 귀여운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귀엽고 반짝이는 마을의 풍경을 조금 더 느긋하게 맛보고 싶었지만 당일로 끝내는 일정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언젠가 가장 깊은 골목에 있는 호텔에서 체스키성을 스치는 일출을 보고, 조금 더 맛없고 경치 좋은 식당에서 강으로 떨어지는 노을을 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선생님 여기 귀여움이 묻었어요

# ps. 돌아가는 기차 안.

지연된 기차를 타고 달리며 동화마을에 다녀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열린 창문 사이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민들레 씨가 들어와 기차 안을 날아다닌다.

어이없을 정도로 동화 같은 풍경이다.

체스키는 처음부터 끝까지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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