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츠부르크의 하루
반나절 남짓, 짤츠부르크를 걸었다. 평범함과 특별함은 전혀 다른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같은 대상을 말하는 단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영화, 고전 영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많아진다.
많은 명작 중에서도 좋았던 영화라면 촬영 장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짤쯔부르크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중에도 세대를 아우르는 명작이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영화 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뮤지컬이 원작) 등으로 제작되었고 무엇보다 영화에 나오는 도레미송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본 친숙한 노래다.
딱히 자극적인 장면 없고, 뮤지컬 원작답게 자연스럽게 음악이 깔려서 친숙하면서 흥미를 끄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학교에서 보여주기 좋은 영화’다.
나도 이 영화를 학기가 끝나 가는 즘에 교실에서 봤다.
학교에서 본 영화의 특징은 내용은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그 제목과 이미지만큼은 강력하게 남는다는 것.
어릴 적 봤고, 꽤 단순한 줄거리라 기억은 그럭저럭 나고, 도레미송부터 에델바이스까지 잘 아는 노래까지 들어 있다 보니 이 영화에 애정은 없지만 추억이 있는 착각이 든다.
짤츠부르크를 방문했던 이유는 그런 사소한 추억 때문이었다.
짤츠는 오스트리아지만 빈보다 독일 국경 근처와 더 가까워서 뮌헨과 엮어서 일정을 짜는 경우가 많다.
나도 처음엔 뮌헨에서 당일로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놀다 보니 가기 싫어져서 일정에서 빼기로 했던 곳이다.
하지만 빈에 도착하니 일정이 생각보다 한가해서 고민 끝에 아침 기차를 타고 짤츠로 출발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라 지도 한 장 없이 중앙역에 내렸고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자연스럽게 미라벨 정원에 도착했다.
미라벨은 앙증맞은 정원이었다.
잔디에 모양을 내고 꽃들을 색 맞춰 정렬하고, 곳곳에 우스운 표정이 하나하나 살아있다.
아치문을 보자 마리아가 아이들과 문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쇤부른 같은 거대한 정원만 보다 이런 자유분방한 정원을 보니 꽃의 색만큼이나 색다르다.
그리 맑은 날은 아닌데도 웨딩촬영 중인 커플이 많이 보인다.
정원을 돌아다니다 영화를 볼 때보다 많은 추억이 생겼다.
기억 속에서 흐르는 도레미송에 발맞춰 정원을 둘러보다 발걸음을 게트라이데거리로 옮겼다.
평범한 상점이 간판을 달고 특별한 거리를 만들고 있다.
여기선 스와로브스키도 맥도널드도 처음 보는 곳이다.
겨우 간판이지만 그 평범한 특별함이 주는 효과는 생각 이상이다.
그 사소한 특별함은 길 끝의 광장과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이 있는 성당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짤츠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라면 평범한 노란색 집 한 채다.
규모도 외형도 평범한 그 집은 모차르트의 생가다.
특별히 요란한 간판도 없어서 짤츠를 대표하는 관광지라기엔 찾기 힘들다.
지금은 전 세계가 아는 음악가지만 모차르트도 태어날 때는 이렇게 보통의 집에서 태어난 보통의 아이였겠지.
빈도 아닌 지방 어느 곳에서 눈을 뜬 작은 아기였겠지.
짤츠도 모차르트가 태어나고,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영화를 찍기 전엔 평범한 마을이었겠지.
평범함과 특별함은 반의어라고, 참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