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완성되기까지
나에겐 두 번째, 엄마와 동생에겐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했다.
돌아온 지 1주일쯤 되는 지금은 지금은 로마에서 사 온 파스타면을 하나씩 요리해 먹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위 사진이 이번에 사온 면으로 만든 파스타).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5년 전 유럽여행 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우선 이탈리아 이야기를 해본다.
로마의 버스 요금까지 기억하는 지금 게으름을 물리치고 기록을 시작한다.
처음 이탈리아에 갔던 건 2달 정도의 장기여행 중 이미 한 달 이상이 지난 때였다.
런던, 파리 같은 도시를 지나온 이후라 어지간한 유럽의 볼거리들은 다 본 뒤였다.
그쯤의 나는 여행을 출퇴근하듯 했다.
아침을 먹고 나가서 저녁에 해가 떨어지기 전 숙소로 귀가하는 정도의 여유로운 여행 중이었다.
이탈리아 여행도 투어를 받는 날에만 좀 정신을 차리는 정도였다.
딱히 많은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정말 유명하거나 가고 싶었던 한 두 군데만 다녔다.
그래서 이번에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탈리아가 새로웠다.
이탈리아가 한두 번 갔다고 알기엔 너무 지나친 역사와 볼거리를 담고 있는 탓도 있다고 변명해본다.
난 기본적으로 엄마와 함께하는 여행은 엄마를 위해 준비한다.
먹고, 자고, 보는 모든 것을 엄마 위주로 맞춘다.
물론 엄마뿐 아니라 동행이 있다면 그 여행은 온전한 내 것이 아니란 생각이 있어야 뭘 해도 마음이 편해진다.
다만 나는 이탈리아에 2번째 방문이었기에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여행지를 몇 군데 추가했고, 전형적인 여행지를 한두 군데쯤 빼기도 했다.
혼행이라면 욕심부리지 않고 유명 관광지도 빼고 다니지만 엄마와의 여행에선 가능한 많은 일정을 넣는다.
그렇다고 패키지식의 무리한 일정이 되진 않도록 니케의 저울에 달듯 미세한 일정 조절이 필요했다.
특히 고민했던 건 전 세계 여행객이 몰리는 이탈리아에서 사람에 치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어딜 가도 긴 줄을 서야 하는 이탈리아에서 최대한 줄 서는 일로 지치지 않도록 예약이 가능한 명소들은 예약비를 감수하고 한국에서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엄마는 유적지와 랜드마크도 좋아하지만 시각적으로 예쁜 장소들, 예를 들면 빌라데스테의 정원 같은 곳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내가 처음 가보는데 예쁜 푸른 동굴 같은 곳은 엄마와 나 모두에게 좋았던 장소다.
유럽여행 치고는 비교적 급하게 결정해서 저렴한 특가 항공권은 구하지 못했다.
국적기는 엄두도 못낼 상황이었고, 당시 가장 저렴했던 카타르항공을 이용했다.
하지만 예약 며칠 후 벌어진 카타르 국교...단....절....때문에 조금 불편함이 있었다.
조금 딴 길로 빠져 카타르항공 이야길 하자면 나쁘지 않았으나 딱히 또 이용할 생각은 들지 않는다.
비행기는 좋은 편이었으나 유럽행 장거리 비행 편이야 사실 다 그 항공사에서 괜찮은 항공기로 운영한다.
결국 서비스의 차이가 크다.
카타르항공은 기내식이 좋다고 소문났던데 사실 뭐 대단하단 생각은 안 들었다.
카타르항공의 기내식이 좋은 이유는 아마도 선택의 폭이 3가지나 된다는 정도 같은데 내 경우엔 인천에서 도하로 가는 비행 편에서 계속 원하는 메뉴가 다 나갔다고 해서 그나마 선택권도 없었다.
물론 기내식 전체의 퀄리티는 괜찮은 편이지만 어차피 기내식은 동등하게 맛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게다가 국교단절 때문에 항공 시간이 계속 변경되었다.
처음엔 항공사에서 시간이 변경되었단 전화가 왔다.
총 4개의 이용 구간 중 1군데만 변경되었고 15분 정도의 근소한 차이였다.
내가 되물었을 때도 오직 한구간만 변경되었다고 말했고 메일로 티켓을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1주일 이상이 지나고 거의 출발 당일이 되어도 메일은 오지 않았고 내가 먼저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한메일이라 메일이 안 갔다며 지금 티켓을 보내주겠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항공권 시간에 또 변동이 있다고.
시간이 또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전화와 메일 어떤 방법으로도 고지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처음에 전화로 알려준 변경사항은 1구간만 시간이 바뀐 거였는데 새로 받은 티켓을 보니 1구간만 제외하고 모든 비행 출발 시간이 바뀌어 있었다.
국적기 수준의 과잉친절은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항공권 시간이 바뀐 사실은 고지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기내 승무원은 친절했으나 한국지사의 대처능력은 별로였다.
그 이후에도 고객센터와 몇 가지 일이 더 있었고 카타르에서 환승하는 과정에서도 신기하면서 불편한 일이 몇 번 더 있었다.
이미 예매한 취소 불가 비행기표를 버릴 순 없었기에 그냥 카타르항공의 장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4번의 비행을 마쳤다.
한국을 떠나 다시 한국 땅을 밟기까지 총 11일이 걸렸다.
준비한 여행 스케줄은 한국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실제로 움직여보니 조금 무리한 일정이긴 했다.
그래서 현지에서 미세한 일정 조절이 필요했다.
보통 이탈리아 여행은 로마로 들어가 베네치아로 나오지만 반대로 예약하는 경우가 훨씬 저렴해서 만들어진 이번 여행 일정은 다음과 같다.
1일 : 베네치아 : 인천-카타르 경유 - 베네치아 도착 / 오후 시간에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둘러보기
2일 : 베네치아 -> 피렌체 : 무라노섬, 부라노섬, 베네치아본섬 보고 피렌체로 이동
3일 : 피렌체 : 두오모, 우피치미술관 등 피렌체 시내
4일 : 피사, 친퀘뗴레 : 피렌체에서 피사, 피사에서 친퀘떼레, 친퀘뗴레에서 다시 피렌체로
5일 : 피렌체 -> 로마 : 피렌체 더몰 들렸다 로마로 이동
6일 : 로마, 바티칸 : 성 베드로 대성당과 바티칸박물관
7일 : 나폴리, 카프리 : 로마에서 나폴리를 거쳐 카프리섬 당일치기
8일 : 로마, 티볼리 : 로마 근교의 티볼리의 빌라데스테 다녀오기
9일 : 로마 -> 카타르 : 로마 시내 투어 후 공항으로
10일 : 카타르 : 도하 도착, 사막사파리 투어 후 다시 공항으로
11일 : 카타르 도하 -> 인천 : 한국으로 돌아오기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3개 도시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익숙한 여행 코스다.
나도 첫 이탈리아 여행 때 딱 그렇게 다녔다.
그래서 이번엔 한국인들은 좀 덜 가는 카프리, 티볼리, 친퀘떼레같은 장소를 추가했다.
패키지를 제외하고는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빡쎈 일정이었으나 그래도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숙소를 옮겨야 하는 도시 간 이동은 모두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하루를 거의 온전하게 쓰는 여행이 되었다.
복기하는 바둑기사의 심정으로 이탈리아를 되짚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