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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Oct 10. 2017

배를 타기 전 하루

헬싱키에서 실야라인을 타는 날




핀란드를 떠나 스웨덴으로 가는 날.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서점, 백화점, 성당을 돌아다녔다. 모두 핀란드 사람들의 삶의 공간이다.

 

# 다시 떠나는 날      

여전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침이 다시 왔지만 기분은 좋다.

오늘 저녁엔 핀란드와 스웨덴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예정이다.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스웨덴의 스톡홀름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내 선택은 실야라인(SIlja Line)!

헬싱키와 스톡홀름을 오가는 페리 회사 중 하나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바다가 나오는 장면에서 넌지시 보이던 배다.

하룻밤의 크루즈를 체험할 수 있는데 유레일 패스가 있으면 할인도 된다.

비싼 유레일 패스를 한 번이라도 더 써먹고자 페리를 타고 스웨덴으로 넘어간다.

실야라인이 출발하는 올림피아 터미널에 들려 가방을 맡겨 두고 주변을 둘러봤다.

바다가 좋아 보인다.

실야라인을 타는 올림피아터미널까지는 트램을 타고 갔다


# 알토에서 알토 먹기

배가 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시 시내 중심으로 와서 스톡만 백화점 주변을 서성였다.

화장실이 급할 때 들린 헬싱키 중심에 있는 스톡만 백화점

어제 들렸던 아카데미아 서점에 다시 와서 살까말까 고민했던 엽서랑 노트를 구입했다.

장기여행이기 때문에 아무리 가벼운 물건이라도 짐을 늘리면 안 되지만 여기선 꼭 기념품을 사고 싶었다.

그래서 엽서와 노트를 샀다.

엽서는 한국으로 보내면 사라지고 노트는 일기장으로 쓸 예정이다.

앵그리버드의 본진답게 캐릭터상품이 많다. 커피원두, 냉동 피자 등등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도 앵버가 튀어나온다.

만족스럽게 2층의 카페 알토로 갔다.

여기도 영화 '카모메 식당'에 나온 장소다.

북유럽의 카페답게 가격은 좀 나간다.

사실은 리얼 카모메식당에서 식사하려던 계획이 있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현지 로컬 식당을 빌려 촬영했고 이후에도 핀란드 가정삭 식당으로 영업 중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한끼가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말이라 문을 닫았을 줄이야...

월화수목금토일 영업하는 한국의 생활을 기본으로 생각한 나의 첫 번째 실수였다.

유럽의 주말이란 모두 함께 쉬는 날임을 뼈에 새겨야 했다.

조금 슬퍼서 꿩 대신 닭으로 카페 알토에서 런치를 주문했다.

카페 알토의 런치 메뉴. 지금 영수증을 보니 메뉴 이름이 알토다. 메뉴 자체가 기념품같다.


# 헬싱키의 성당들

점심을 먹고 헬싱키를 걸어 다녔다.

에스플라나디 공원에서 대형견과 산책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마켓 광장 주변도 둘러봤다.

북유럽 감성이니, 겨울에 밤이 길어서 우울증이 많다느니, 대단한 복지국가라느니 그런 말을 들어서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다른지 많이 궁금했다.

그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은 없었다.

그래도 언뜻 비치는 모습은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인구가 적지만 그래도 시내 중심가는 차가 막힌다

어젠 교회에 갔었고 오늘은 성당으로 간다.

멀리서도 하얀 헬싱키 대성당(The Lutheran Cathedral)이 보였다.

언덕 위에 세워진 건물이 제법 멋지다.

신을 믿는 마음처럼 깨끗해 보인다.

잠시 안에 들어가 분위기를 지켜봤다.

성당에 들어가서 제대로 둘러본 건 처음이었다.

헬싱키 대성당 내부

이날 이후 보게 될 유명한 성당들의 티저일 뿐이었지만 참 예뻤다.

바티칸 대성당을 비롯해 참 많은 성당을 봤지만 생각해보면 진짜 성당을 본건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미 관광지가 되어버린 성당에선 느낄 수 없는 평안과 경건함이 있었다.

성당에서 내려다 본 헬싱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성당을 하나 더 보러 간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정교회 성당이라는 우스펜스키 성당(Uspenski Cathedral) 이다. 

건물의 색 때문에 중후함이 느껴진다.

어제부터 본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루터란성당, 우스펜스키성당 세 곳이 모두 느낌이 다르다.

조금은 척박한 환경에서 둥지를 튼 핀란드 사람들의 종교는 특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들렀던 것 같다.

조금 더 힘든 자연환경에서 살다 보면 신의 축복이 조금 더 간절하지 않았을까?

우스펜스키 성당

안에 들어가 내부를 보는데 노랫소리가 들린다.

구석을 보니 어린 아기가 세례를 받고 있다.

신기했다.

북유럽의 이미지엔 겨울, 끝없는 밤, 우울증, 높은 자살률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생명과 탄생, 앞으로의 삶을 축하하는 모습을 보았다.

세상 어디에나 생명이 태어나고, 그 생명은 축복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새기고 핀란드를 떠났다.

이제 스웨덴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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