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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십리터 Nov 10. 2017

규슈 축제 이야기1

일본의 축제 '가라쓰 군치'

# 가라쓰 군치 (唐津くんち)
가라쓰 신사의 가을 정기 대축제로, 11월 3일에 14대의 축제수레가 신위를 모신 3대의 가마를 호위하면서 니시노하마의 오타비쇼(전 다이세이 초등학교 앞)로 행진합니다. 흥겨운 축제 반주 소리에 맞추어 수톤이나 되는 축제수레를 모래사장 위에서 밧줄로 끌어당기는 청년들의 박력 넘치는 모습은 이 축제의 최대의 볼거리입니다.
가라쓰와 ‘가라쓰 군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야제‘요이야마’에서 다음날에 열리는 ‘오타비쇼 행렬’ 그리고 마지막 날에 펼쳐지는 ‘마을 행렬’까지 마을과 주민이 하나가 되어 가을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집니다. 축제옷을 맞추어 입은 청년들이 펼치는 14대의 축제가마 행렬과 다이내믹한 약동감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가라쓰시 여관협동조합의 가라쓰군치설명 중-

가라쓰는 물론 규슈에서 손꼽는 축제이자 볼거리다. 일본 국가 중요 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약 50만명의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 축제다.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라쓰에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급하게 떠난 여행이라 가장 싼 오후 4시 비행기를 타야 했다.

평소와 달리 서둘러 비행기에서 내렸다.

초조하게 수속을 마치고 뛰듯이 하카타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탔다.

평소엔 공항에서 가라쓰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지만 사가현 관광안내 홈페이지에 물어보니 가라쓰 군치 기간에는 하카타터미널에 와서 버스를 타야 한다고 답변이 돌아왔다.

어차피 공항 국내선까지 가는 시간과 하카타터미널에 가는 시간에 큰 차이는 없다.

지하철과 기차로 가면 더 편하겠지만 산큐패스가 있어서 버스를 선택했다.

하카타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표를 사기 위해 산큐패스를 들고 긴 줄을 섰다.

하지만 산큐패스가 있으면 따로 티켓을 받을 필요가 없는 노선이었다.

줄을 서다 버스 한 대를 놓쳤지만 할 수 없이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히키야마의 목적지인 신사 근처는 사람이 정말 심하게 많다

다음 버스에 올라탔으나 길이 막힌다.

많이 막힌다.

여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조금 당황했다.

후쿠오카를 빠져나와 한 시간 이상을 달려 가라쓰 근처에 왔다.

축제 기간이라 버스가 터미널이 아닌 다른 곳에 서기 때문에 내리는 곳을 잘 몰라서 약간 긴장했다.

미어캣 모드로 다른 외국인들을 따라 내렸다.

내린 뒤에는 길을 못 찾을 고민이 필요 없었다.

사람도 차도 한 방향으로만 간다.

사람들을 따라 가면 된다.

큰 축제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지방인데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있을 줄을 몰랐다.

시간 때문에 축제를 끝까지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때 요란한 소리가 난다.

골목 쪽에 히키야마 한대가 지나간다.

차가 조금만 더 막혔어도 잉어를 못볼뻔!

자리를 잡으니 잠시 후 다른 가마가 지나간다.

가마 하나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고, 다음 가마는 생각보다 간격을 두고 찾아왔다.

가마 한 대가 지나가는데 워낙 많은 사람이 동원되기 때문에 교통을 통제하고 선발대가 지나가려면 시간이 필요한듯하다.

제일 보고 싶던 히키야마인 잉어가 지나간다.

기울어진 히키야마 동영상...

오기 전에는 놀이공원 퍼레이드 정도로 생각했는데 상상 이상이다.

아마도 퍼레이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일본인 특유의 축제에 대한 열기가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일본다운 현장이다.

히키야마는 얼핏 보면 중국스러운 화려함이 있지만 세부적인 장식과 가마를 둘러 싼 퍼포먼스는 일본 자체다.

가마 위에서 깃발을 흔들고,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지나가는 사람들 앞뒤로는 수백명의 가마꾼들이 "えんや(엥야,구호 소리)"라고 외치며 함께 한다.

가끔 가마가 움직이기 힘들어서 제자리걸음을 하면 관광객들도 함께 구호를 외친다.

집과 상가의 2층, 명당자리엔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

어느 이층집에서 남자아이가 크게 친구의 이름을 부르니 가마를 끌고 가던 친구는 손을 흔들어준다.

아이들이 말을 안 들으면 군치에 못 나가게 한다고 협박한다는 말이 과장인 줄 알았는데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えんや~ えんや~" 구령 소리와 가마가 아스팔트 바닥을 긁는 드르륵 소리, 사람들의 함성.

모두 즐거워 보인다.

누군가 나를 보고 즐거워보인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가마에 앉아 피리를 부는 모습이 일본 민담을 담은 해리포터의 움직이는 사진 같다

행렬이 한 바퀴 돌아가고 방향을 바꿔 다시 돌아갈 때쯤 버스 시간 때문에 돌아가야 했다.

올 때는 뚫린 길이었는데 행렬 경로가 바뀌면서 길이 막혔다. 

지나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촉박하게 버스정류장을 찾아다녔다.

포장마차도 많아서 길에서는 꼬치 굽는 냄새가 나고 특이한 간식이 보인다.

버스를 타러 가는 시간에도 구경거리가 많다.

멀리서 달빛을 받는 가라쓰성도 보인다.

떠나기가 아쉽다.

후쿠오카에 돌아가는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 하는지 몰라서 한참을 찾았다.

출발 시각이 10분 남은 상황이 되자 식은땀이 난다.

급박하게 골목으로 들어가 쇼와자동차 사무실을 찾아냈다.

사람들은 이미 줄을 서 있다.

아슬아슬하게 버스에 타고 후쿠오카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층에서 보는 사람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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