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를 시작하기까지

하롱베이 크루즈

by 사십리터
하롱베이는 베트남 여행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였다. 베트남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만든 그곳은 가는 길부터 험난했다.


# 내 기억 속의 베트남

베트남을 대표 할 수 있는 관광지는 어디일까?

내 선택은 하롱베이다.

여행지로서의 베트남을 알게 된 이유가 대한항공 광고 속에 등장한 하롱베이였다.

최근엔 다낭이 너무 큰 인기를 끌어서 상대적으로 덜 찾는 곳이지만 여전히 나에겐 가장 가고 싶은 곳이었다.

3천여 개의 섬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비경은 이미 여러 번 꿈속을 스쳐 갔다.

베트남에 대한 환상의 시작, 여행을 결심한 이유였기에 하롱베이를 마지막 여행지로 선택했다.

(물론 베트남에 하롱베이 정도의 절경이 널려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크루즈에서 찍은 하롱베이 전경

그렇다면 하롱베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

보통 하노이 여행코스 중 하나라 하노이와 가깝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아니다.

하노이에서 하롱까지는 편도로 4시간이 걸린다.

하루 동안 왕복 8시간을 투자해서 고작 몇 시간만 둘러보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아깝다.

최소한 왕복 교통시 간 보다는 길게 하롱베이를 보고 싶어서 나는 1박 2일 크루즈를 선택했다.

크루즈는 당일 유람선과 달리 느긋하게 숙식, 관광을 해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낀 숙박비를 모두 털어 넣어야 했지만 하롱에서 낮과 밤을 모두 즐기고 싶었다.

여행 중 대부분을 10달러 이하 호스텔에서 머무른 대가로 마지막 하루는 크루즈의 하룻밤을 선물하기로 했다.


# 이게 무슨 일이야 이렇게 좋은 날에

하지만 그토록 기대했던 하롱으로 가는 길이 대모험이 될 줄은 몰랐다.

먼 길을 가기 위해 일찍부터 기다렸는데 픽업이 오지 않는다.

8시에서 8시 30분 사이 픽업이라더니 전혀 아니다.

다른 회사 픽업 차 구경만 계속하다 시간이 50분에 가까워져서 호스텔 직원한테 전화를 부탁했다.

좀 늦는 것 뿐이라고 해서 더 기다렸는데 잠시 후 보이스톡이 온다.

베트남 유심 번호로 개통한 카톡이라 보톡이 올 리 없었기에 당황스럽다.

상대는 신투어(현지 여행사) 직원이다.

생각해보니 어제 크루즈를 예약할 때 카톡 닉네임을 자세하게 물어봤다.

베트남 유심으로 만든 아이디를 알려줬는데 진짜로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심지어 한국어를 하는 현지 직원이다.

(베트남에 얼마나 많은 한국인이 방문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기에 잘 못알아 들었으나 "오늘 우리 회사에 사람이 많으니 기다려요" 정도의 말이다.

여행사에 내 상태를 알렸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는데 잠시 후 빨간 옷 입은 여자가 오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따라갔더니 택시가 있다.

느낌이 온다.

날 빼놓고 갔다!

택시는 날 데리고 시내를 빠져나간다.

생각보다 한참 간다.

설마설마했는데 날 잊었다.

일단 데리러 왔으니 어떻게 되겠지 싶어 창밖의 베트남을 감상했다.

날 버린 책임자가 누굴지 생각하다 어느 주유소에 도착했다.

직원이 택시 미터기 사진을 찍어간다.

버스가 한 대 있었고 날 태웠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휴게소다.

가이드가 여권을 보여 달라더니 버스를 또 옮겨타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렇게 몇시간을 더 가서야 하롱베이에 도착했다.

모두가 가는 하롱베이지만 나처럼 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IMG_3847.JPG

힘겹게 도착한 하롱베이는 풍경도 생각과 다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다.

충분히 대단한 풍경이지만 구름 낀 날씨 탓에 절반만 보인다.

게다가 하롱베이가 베트남 절경의 전부인 줄 알았던 내가 지난 2주간 멋진 풍경을 많이 봤다.

무엇보다 너무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이 많다.

용의 전설이 깃든 신비로운 섬을 보고 싶었는데 여긴 시장이나 다름없다(실제로 기념품점이다).

관광객이 몰려들고, 그만큼의 떠나는 사람들이 밀려난다.

그 사람들을 태우는 크고 작은 배가 엉켜 섬보다 배가 많이 보인다.

내가 탈 배를 찾아 타고 출발한 지 한참 후에야 비로소 안정이 찾아온다.

길고 지루했어야 할 오전이 스펙타클하게 흘러갔다.

놀랍게도 이제 막 하롱베이에 도착했을 뿐이다.

IMG_3800.JPG 하롱베이 선착장에 도착해서 크루즈선까지는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한다


# 항해 시작

하롱베이 크루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배다.

내가 선택한 배는 저렴한 편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롱은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주변에 고급 리조트와 크루즈가 많다.

크루즈선의 시설도 천차만별이다.

IMG_3824.JPG 땅에서는 호텔 공사가 한창, 물에는 크루즈선이 왕창

내 선택은 중간 가격이다.

시설도 딱 그 정도다.

배는 작은 편이고 승객은 12명뿐이다.

문제는 그 모든 승객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여행사에서 일부러 한국인만 따로 모아 팀을 구성한듯한데 편하지만 그리 좋은 일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먼 이국땅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어색한 웰컴티를 함께하고 키를 받아 객실로 간다.

오래된 객실에서는 습한 냄새가 조금 올라왔지만 침대와 샤워실, 전망을 갖춘 방은 꽤 괜찮다.

하롱베이와의 첫 만남, 크루즈의 항해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IMG_3820.JPG 방을 혼자 쓰면 싱글침대 두개를 붙여 더블침대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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