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다> 짧은 독후감
퇴사를 하면 책이 읽고 싶어지는가?
지난 직장에서의 계약이 종료된 직후, 부산으로 떠났다. 둘째 날, 일행이 먼저 올라간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책방 '주책공사'였다. 퇴사를 하면 책이 읽고 싶어지나? 그렇다면 성인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회사 때문인 것 같다. 간만에 간 책방이니 뭐라도 한 권 구매하겠다는 생각으로 책들을 바라보았다. 거의 1시간 가량을 이 책 저 책 뽑아보며 스캔하다, 결국 가장 처음에 뽑았던 책을 골랐다. 제목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 아름다움, 아이 같은 키워드가, 사실은 책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책을 들고 계산대로 가자 기다렸단듯 사장님의 혜자로운 리액션이 쏟아졌다. '기가 막힌 책을 고르셨네요!' '저도 프랑스 소설 정말 좋아하는데요!' 사실 모든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부록이나 사은품 같은 인삿말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영 별로인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책방으로 가는 길에 발견했던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은 한 평범한 가정에 태어난 '부적응한 아이,' 즉 장애아가 태어난 후 그 아이의 오빠, 누나, 그리고 남동생의 감정과 변화를 그려냈다. 독특하게도 시점은 가족의 집 안 뜰 돌멩이의 시점이라고 하는데, 돌멩이 치곤 상당히 남매들의 감정선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누군가는 아이를 너무나 사랑해서 상실감을 겪고, 누군가는 아이 때문에 애정을 뺏기고, 또 누군가는 아이의 부재로 인한 그리움을 겪는다. 똑같은 한 아이를 두고도 남매들은 서로 다른 성장통을 겪는 게 인상적인데, 부모-자녀가 아닌 형제끼리의 크고작은 영향을 그려냈다는 게 독특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갔던 '막내'는 '아이'의 부재 속에서 자라난다. 그러면서도 한번도 본 적 없는 형을 그리워 한다. 가족들이 직접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지만 '아이'가 남기고 간 흔적들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묻어났나 보다. 그렇게 부재마저도 하나의 존재로 인식하는 게 가족이 아닐까 싶었다.
좋든 싫든 가족에게 수많은 영향을 받으며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것도 같다. 가족을 이루는 것에 고민이 많아진 시기라 나도 모르게 이 책을 뽑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책방 '주책공사'에서 발견한 글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