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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Aug 17. 2020

홈스쿨링을 결정하던 그날 밤...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1


홈스쿨링을 했던 지난 4년간 힘들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생각해보면 마음먹기까지의 시간만큼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무언가 내가 모르는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다는 것은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용기가 때로는 무모해보일지라도 그 용기로 인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엄마, 학교는 왜 다니는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어느 날, 아침 등교 준비를 하며 신발을 신던 준규가 내게 물었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언젠가 일어날 것 같았지만, 내 능력으로 감당이 안 되는 일일 것만 같아 모른 척 덮어 두고 있었다. 아이의 눈을 보며, 그 질문의 무게가 가볍지 않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날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로 인해 들춰진 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그리고 교육적 대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지가 보이면 아이도 혼란스러워할까봐 전혀 내색하지 못했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여름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앞둔 준규의 히스테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해져 있었고, 잔뜩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 같았다. 평소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감지한 나는, 남편에게 아이가 심상치 않음을 설명하고 셋이 함께 대화해보기를 권했다. 하지만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싫어요. 어차피 내가 얘기해봤자 바뀌는 건 하나도 없잖아요.”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를 묻자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체념과 성난 포기가 섞여 있는 듯했다.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아이를 보며 욱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그 마음을 누르며 조용히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는 왜 힘든지. 

   친구들과는 어떤 문제로 힘든지. 

   선생님과의 관계는 어떤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아이가 무엇 하나 기대할 것도, 기댈 곳도 없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아이는 이야기를 하다가 얼굴이 벌게져서는 끝내 토로하고 말았다.


 “매일 아침 학교 갈 때마다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어떤 말로도 아이를 위로하거나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금세 폭발해서 터져버릴 것만 같아 보였다. 아이는 이미 학교라는 곳에 대해 큰 벽을 쌓은 듯 보였고,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섣불리 설득하려다가 부모인 우리에게까지 벽을 칠 것 같아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다. 내 아이가, 새장 속에 갇혀서 울고 있는 어린 새 같았다. 엄마이기에 생기를 잃어가는 것이 보였 고, 더 늦었다가는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거라는 예감도 들었다. 


   세상사에 찌든 회사원도 아닌데 하루하루를 견디고 버텨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지금의 결정이 설령 실수일지라도, 그 실수를 기회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용기가 생겼다.  그렇게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성장통을 겪으며 2년여의 고민에 마침표를 찍었다.


    막상 학교를 관두고 보니 예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이렇게 마음이 편해도 되나 싶었다. 2년이라는 시간은 남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내가, 용기를 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또한 학교 밖에서의 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방향이었다는 것도. 


   어느덧 홈스쿨을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간다.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평생 무기력한 채로 지낼 것만 같았던 아이도 조금씩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하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 얼굴에서 차츰 미소가 보이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아이를 위해 학교를 나왔을 뿐인데, 이 작지만 용감한 행동이 어느새 우리 가족의 인생 전체를, 삶의 방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보내면서도 그 안에서 내 아이만의 고유한 빛깔을 찾아주는 것이, 어쩌면 이 시대에 또 다른 교육적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고민의 시간 동안 학교 밖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지만 구하기 쉽지 않았다.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용기를 내기까지 더 고통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남들이 다 한다고 내 아이도 당연히 해야 하는지, 아이가 아닌 부모가 원하는 길은 아닌지 잠깐 멈춰 서서 아이를 보자.  내 아이의 표정이 어떠한지, 그리고 이 아이가 진정으로 행복한 하루를 살고 있는지……. 


   다른 길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더라도 조금의 용기를 내어 한 발 떼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보다 더 재미있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그렇지 않더라도 스스로 길을 만들며 나만의 목적지에 닿는 인생도 의미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준규 엄마,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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