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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Aug 24. 2020

설레던 입학식이 지나고... 견디자, 견뎌보자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2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때 부모들 역시 아이들만큼이나 설레고 두렵 다. 내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지,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갈지, 친구들하 고는 잘 지낼지 그리고 어떤 선생님이 담임이 될지 등 걱정을 할라치면 밤을 새고도 부족하다. 하지만 자식 키우는 데 가장 필요 없고 쓸데없는 것이 미리 하는 걱정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느 책에 나온 대로 나는 준규가 학교라는 곳에 대해 미리 걱정하기 보다는 기대감을 안고 시작할 수 있도록 최대한 격려해주었다. 그렇게 준규는 입학식 날 상기된 표정으로 재학생들의 환영 공연과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사를 들으며 학교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훗날 돌 이켜보니 나는 매일 아침 학교 가는 길이 무섭기만 한 아이에게 “질문 많이 하고 와.”라고 해맑게 인사하는 현실을 보지 못하는 엄마였다. 




엄마, 시험에서 100점을 맞으면 뭐가 좋아요? 


   준규는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강하고 본인의 실수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질의 아이였다. 그래서 준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인성 위주의 교육을 하는 학교를 선택했다. 학교를 다닌 지 1년쯤 됐을 무렵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시험에서 100점 맞으면 뭐가 좋은 거예요?” 

   학기 초만 해도 준규는 받아쓰기 시험에서 실수로 한두 개라도 틀리면 본인 스스로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라했다. 실수한 거니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던 아이가 1학년 2학기쯤 되니 시험에서 몇 개 틀려도 무덤덤한 모양이었다. 신기해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100점이라고 해서 선생님이 더 칭찬해주는 일은 없기 때문에 몇 개 틀려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어린 준규가 문제 몇 개 틀린 것으 로 본인의 실수를 탓하며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학교를 관둘 즈음, 어쩌면 준규는 이 학교에서 본인의 유능감을 발 휘할 기회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부모의 이상으로만 아이를 키우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학습적인 성취가 중심이 되는 학교였다면 아이가 도전할 만한 것이 있고, 본인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오히려 학교생활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을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조금 누그러진 승부욕에 감사하는 편이 차라리 속 편했다. 

   다만, 나중에 본인이 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는 집중력을 키워주고,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을 단단히 해주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러려면 일단 초등학생 때는 충분히 뛰어노는 것이 답이라 생각하여 아이가 충분히 놀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준규는 학교 다니는 내내, 해가 지도록 놀다가 하교할 때가 많았다. 




교는 다 그래… 놀면서 시간을 견뎌보자 


   학교에서 어떤 성취감도 느끼지 못한 채 왜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만 하는지 의구심을 키워가는 아이를 보며 그냥 앉아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나는 학교를 관두는 일은 용기가 나지 않아 감히 생각지도 못했고, 학교 밖에서라도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 노력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을지라도 더 많이 도전하게 하고, 주말이나 방학 때는 친구들과 더 많이 놀러 다니며 여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렇게 학교 밖 시간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학교 밖에서의 즐거운 시간들을 통해 학교 안에서의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기질적으로 모험심이 강한 아이라, 등하굣길부터 혼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1학년 때는 아직 부모들이 등하교를 도와주던 때라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렇게라도 학교 가는 길이 조금이라도 더 기다려지고 즐거워졌으면 했다. 학교 마치고도 엄마 눈치 안 보고, 실컷 놀 수 있으니 아이도 기꺼이 해보겠다며 좋아했다. 처음에야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몰래 숨어서 잘 가고 오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하교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아이 때문에 속 태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아이도, 나도 익숙해졌다. 실컷 놀고, 더 이상 놀 친구들이 없거나 혹은 일찍 집에 오고 싶어지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학교에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아이의 주머니는 돌멩이, 나뭇가지, 열매 등으로 가득했다. 그냥 그 정도면 됐다고 생각했다. 잘 놀고 있으니 됐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인지 아이는 학교가, 그리고 공부라는 것이 다 재미없다는 편견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호기심으로 하루를 가득 채우던 아이가 서서히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종이접기로 채워진 시간들 ― 친구와의 문제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아이 책가방에는 늘 종이접기가 수북했다. 수업 시간에 활동들을 하고 나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 종이를 접을 때가 많다고 했다. 한때 종이접기는 학교에서 준규의 지루한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친구였다. 그런 이유인지 학교에 들어간 후 종이접기에 가속도가 붙었고, 그렇게 준규가 접은 작품들을 친구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았다. 종이접기를 통해 친구와 더 친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좋아하는 친구에게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루는 준규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방에서 종이를 접느라 바빴 다. 뭘 그렇게 많이 접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신이 나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준규: ○○가 내일까지 레이싱 카 열 개를 접어오면 잡기놀이에 나를 끼워주겠대. 

  엄마: ……? 그럼 오늘은 아무하고도 못 놀았어? 

  준규: 아니, 다른 애들하고 놀았지. 그런데 나는 ○○하고 놀고 싶거든.

  

 ○○는 준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교실을 이동하는 음악시간에 그 친구 옆에 앉으려고 시도할 때마다 번번이 준규를 발로 차 며 못 앉게 한다고 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법이 서툴구나 싶었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언젠가 친해지길 기다리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신나는 표정으로 종이를 접으며 친구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구나 싶으면서도 그 당시에는 은근히 속이 부글거리기도 했다.


다음편

"모든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에서 계속됩니다.


-진서원 <준규네 홈스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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