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규네 홈스쿨 Oct 19. 2020

왜 학교에 다녀야만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나요?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10


학교 수업이 이렇게 재밌으면 좋겠어요


준규가 학교 수업 시간을 지루해하며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대안이 될 만한 교육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영재교육에 대해 알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때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영재교육은 교육청 주관 영재교육과 대학 부설 영재프로그램이 있다. 몇몇 대학의 사사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나이에 상관없이 교육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준규는 그런 프로그램을 받을 정도로 어떤 분야에 특출난 영재나 천재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이라도 듣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알아보게 되었다. 일단 영재교육 설명회 몇 군데를 가서 들어보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꽤 재미있어 보이는 대학 부설 영재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학 년)가 정해져 있었고, 지원 당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어야 응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다. 


교육청 주관 영재교육은 초등학교 2학년 하반기에 지원해서 합격하게 되면 3학년 때 다닐 수 있는 가장 빠른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선택적 대안이 없었다. 아이에게 프로그램 설명을 했더니, 응시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준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영재교육원에 다녔다.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지 뭐.’

하던 내 편견과는 달리 아이는 그 수업을 너무나 좋아했다. 더구나 그곳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무척이 나 좋아했다. 매일 가는 학교 수업이 이렇게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아이는 늘 말했다. 준규네 팀은 실험대회에서 금상까지 수상했다. 그렇게 큰 성취감을 맛보며 3학년 과정을 마쳤다.


평일에 일찍 일어나 학교 가는 것을 늘 힘들어했던 준규지만 영재교육원 수업을 가는 토요일 아침만큼은 신나고 즐거워했다. 준규에게 교육청 영재교육원 수업에서 어떤 부분이 그리 재미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준규는 신이 나서 말했다. 


“학교 수업은 같은 내용을 여러 번 길게 설명해주지만, 영재교육원 수업은 요점만 이야기해주는 점이 좋아요. 또 팀 작업을 하며 친구들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어요. 친구들이 잘하는 것들이 모두 달라서 각자 자신 있는 분야를 나눠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신나기도 해요. 흥미 있고 신기한 주제로 수업이 진행되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수업 방식도 너무 재미있는데 특히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에요. 다양한 각도에서 수업과 관련된 질문을 끝없이 해도 선생님들께서 성실히 답변해주시고, 가끔씩 질문이 주제에서 살짝 벗어 나더라도 함께 고민해주실 때도 많아요. 이 수업은 마치 학생들을 재미 있게 해주려고 만든 수업 같아서 너무 좋아요!”




학교에 다니지 않는 너는 자격 박탈이야 


3학년 과정이 끝나갈 즈음, 영재교육원에서는 4학년 연계과정을 뽑으니 시험에 응시하라는 안내를 해주었다. 3학년 2학기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한지라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지만, 시험 응시 과정에서 별다른 제지가 없어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다행히 시험에 통과하여 4학년 연계과정을 기대하며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입학식 3일 전 교육청 장학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준규가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발견되어 자격이 박탈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육청에 의견을 보내고, 사정 아닌 사정도 해보았다. 하지만 결국 입학식 당일까지 보류 상태라는 연락만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자격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형평성 측면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민국에서 이뤄지는 영재교육은

 ‘재학생’

을 원 칙으로 하기 때문에 대안학교를 다니거나 홈스쿨링을 할 경우 영재교육 에 대한 자격이 없다고 했다. 예상은 했지만 가슴 아팠다.


아이에게 힘없는 부모가 된 것 같아 미안 했다. 공교육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에게서 마지막 남은 희망을 빼앗는 것 같아 박탈감마저 들었다.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형평성의 대상에 끼지도 못한다는 소리였고,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 네가 아무리 영재교육 대상일지라도 혜택은 없다는 소리 같았다. 


아이 아빠와 난, 교육감에게 이메일도 보내보고 교육청에 몇 차례 연락을 취해 사정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았다. 하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해보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하지만 몇 년째 모집요강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그 통보를 받던 날 아이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고작 우는 아이를 안아주는 것뿐이라 한없이 미안했다. 


그렇게 준규는 학교 밖에서 호된 경험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또한 학교 안에 있었더라면 몰랐을 우리나라 교육의 틈들도 보게 되었 다. 준규가 어른이 되어서 준규의 자식들이 학교를 다닐 때쯤엔, 지금보 다 덜 경쟁적이고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내 아이가 영재교육원에 입학할 자격이 충분히 되는데 그 수업을 듣지 못했다는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아이마다 원하고 궁금해하는 분야에 대해 그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교육의 다양성이 우리나 라에도 존재하길 기대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동적이고 부정적으로 변한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