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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Apr 18. 2021

마을이 키우는 아이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16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들


홈스쿨링(언스쿨링★)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우리 가족이 북촌에 살고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동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다양성 때문에, 준규의 홈스쿨링이 그리 별스럽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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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스쿨링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직접 교육하는 방식이나 미국의 경우 학교에 

가더라도 일주일에 25시간 미만의 수업에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부모의 가르침을 받는 경우를 지칭한다. 학교 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뜻에서 언스쿨링(Un-schooling)이라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홈스쿨링으로 검색을 해보면 학습을 도와주는 학습지나, 방과 후 학습 매체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언스쿨링이라는 표현으로 검색할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홈스쿨링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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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지 않는 준규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우리 집 강아지 곰곰이를 아침 저녁으로 산책시키는 일이다. 준규는 대문을 나서기 전 마당에서 사랑방의 게스트하우스 외국인 손님과 1차 수다를 떤다. 지드래곤이나 빅뱅을 아는지 물어보며 케이팝을 들려주거나 직접 노래를 부르며 춤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이 만든 것들을 보여주거나 체스를 두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리고 준규가 집을 나서자마자 인기척을 느낀 옆집 노아는 자기 방 창문을 활짝 열어 인사를 건넨다. 노아의 누나 진아도 밖으로 나와 곰곰이를 쓰다듬거나 산책을 따라 나서기도 한다. 어떤 날은 노아, 진아의 집 마당이 놀이터이자 산책 장소가 된다. 골목을 나서며 식당 아저씨와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맞은편 흑백사진관 앞을 서성인다. 곰곰이와 준규를 보고 나온 사진 작가님이나 스태프 분들과 또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사진관 작은 쇼윈도에 전시된 준규의 종이접기 건담 작품

그러다 새로 접은 종이접기 작품을 보여드리겠다며 곰곰이를 맡기고 집을 들락날락하기도 한다. 언젠가 준규가 접은 종이접기 작품들이 사진관 작은 쇼윈도에 전시되기도 했다.


사진관에서의 회동을 마치고 계동 길을 따라 걸으며 아이스크림 붕어빵 가게 주인 부부에게 가벼운 인사를 하고, 걸음 속도를 늦추면 맞은편의 꽃집 누나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온다.


 꽃향기와 함께 누나들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다음 코스인 떡볶이 집으로 향한다. 주인 아주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가게 옆에 묶여 있는 강아지 초코를 만나 곰곰이와 셋이서 수다를 떤다. 그러고는 북촌 탁구장으로 내려가 관장님께 곰곰이를 인사시키고 다른 회원 분들에게 맡겨놓은 채, 탁구를 치며 놀기도 한다. 만화책도 보고, 탁구공에 그림도 그리고, 음료수도 마시며 또래 친구들이나 회원 분들과 한참 동안 시간을 보낸다. 관장님에게 엄마 흉도 보고, 고민도 이야기하며 입으로 탁구를 칠 때도 많다.


그 후 한옥지원센터 옆 반송재★에 들러 만화책을 보며 곰곰이를 쉬게 한 후, 마지막으로 나의 단골 카페에 들러 수다를 떨며, 쿠키와 과일주스를 얻어먹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다. 때로는 동네에 새로 오픈을 준비하는 가게나 한옥집의 공사 현장에서 이것저것 참견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서울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옛 것과 현대식 높은 빌딩들이 어우러져 공존하는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정서이기도 하다. 가끔 우리가 아파트에 살면서 홈스쿨링을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비슷한 세대 구성원들이 모여 살며, 다양성보다는 군중성이 더 강한 아파트에서는 아이가 편하게 숨쉬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준규는 이곳에 살며 동네 분들의 도움 아래 사회를 배워가고 있다. 



미국에서 온 게스트와 마당에서 체스게임/ 북촌 탁구 관장님과 계동길에서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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