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17 Social Schooling
어느 날 준규가 산책을 다녀오겠다며 친구와 집을 나섰다. 집을 나간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핸드폰이 없는 아이는 집 근처 문방구와 도서관에서 놀다가 지금은 경복궁이라며 관광객의 전화기를 빌려 이야기했다.
나이가 어려 입장료도 공짜였다며 상기된 목소리는 한껏 신이 나 있었다. 동네 산책한다며 간 곳이 경복궁이라는 말에 귀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두 시간 후쯤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전화를 빌려 다시 연락을 했다. 이번에는 사직단 옆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 옆 어린이 도서관에 있다고 했다. 평소에도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거기까지 가보겠노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날씨도 더워서 몇 번 말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친구와 함께이니 평소 혼자 다니던 거리보다 행동반경을 넓혀 모험을 했던 것이었다. 너무 더우니 태우러 와달라는 말에 가보니 두 녀석이 꼬질꼬질한 상태로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 실실 웃고 있었다.
성장하는 아이에게 교육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야기할 때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을 쓴다. 학군 좋은 지역으로의 이사가 현대판 맹모삼천지교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역사의 흔적들을 자연스레 돌아볼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남부럽지 않게 자랄 수 있는 이곳 또한 현시대의 맹모가 찾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의 부모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홈스쿨링은 또래의 아이들과의 교류나 사회성 등에 취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도 학교를 그만두며 가장 걱정했던 것은 학습적인 면보다 사람들과의 교류, 사회성에 관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준규는 역사적인 장소들을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나이와 국적에 제한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제한된 교실 안에서가 아니라, 마을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며 배워나가는 이 모습을 나는 소셜 스쿨링이라는 말로 정의하고 싶다. 어쩌면 이 환경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준규에게 주고 싶었던 교육 환경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Tips. 학교 밖 아이들을 위한 소셜 스쿨링
준규는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운 좋게 소셜 스쿨링을 할 수 있었지만, 홈스쿨링을 할 경우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이 ‘사회성 결여’에 관한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교회 공동체, 봉사 단체, 공연을 하는 극단, 스포츠 활동, 오케스트라 활동 등이 있다. 소속감을 느끼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러한 단체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키울 수도 있지만 이런 선택을 할 때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아이의 성향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덜 좋아하는 아이라면 잘 맞는 친구 한 명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준규는 외동인 데다 학교를 다니지 않다 보니 오히려 놀 친구들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 말을 걸 때가 많았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그저 아이의 성향이 다른 것이고, 아직 어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