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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May 17. 2021

종이 로봇이 움직였으면 좋겠어요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21


준규의 로봇 사랑은 종이 접기로부터?


준규의 종이접기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표출해내는 도구 중 하나였다. 준규가 자라면서 준규의 종이접기 주제도 공룡, 비행선, 로봇 등으로 바뀌어갔다. 2D의 종이가 3D 객체로 변화하는 과정들이 익숙해지면서 머릿속으로 뭔가 떠오르거나 영화의 멋진 아이템들을 보면 종이로 접어보곤 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 실시한 다중지능검사에서 준규는 공간 지각력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선후 관계를 따지기 어렵겠지만 평소 종이접기 활동을 많이 했던 것이 아이의 머릿속에 무언가를 입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로봇 접기에 한참 빠져 있던 아이는 어느 날부턴가 자기가 접은 종이로봇이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방과 후 로봇 수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종이 접기가 공학에 접목되어 이용된다는 뉴스 기사는 또 한 번 준규를 자극했다. 본인이 좋아하는 종이접기를 이용해서 공학에 도움이 될 만한 유닛을 개발해보겠다며 여러 가지 접기 패턴을 연구하기도 했다.


몇 달 전 아이는 곤충류의 로봇을 만들며 종이접기를 응용해 곤충의 외피를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재료로 외피를 만들 때보다 접혀 있는 각각의 패턴이 모터에 연결되어 움직임이 더 역동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종이 접기가 공학에 부분적으로 적용된 초급 수준일 수도 있겠지만, 두 분야를 접목시켜보는 시도를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아이를 격려해주었다.




로봇으로 100만 원을 벌어 로봇 키트를 사다


그 당시 수업용으로 구매한 교육용 키트를 사용하여 로봇을 만들던 준규는 강력한 모터 힘으로 역동적인 구동이 가능한 트랜스포머 같은 로봇을 만들어보고 싶어 했다. 그런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바이올 로이드 키트는 심화된 로봇 구현을 위해 사용하는 다목적 다관절 로봇 키트로 100만 원 상당의 고가 제품이었다. 아이는 이 키트로 격투 로봇, 달리기 로봇, 장애물 돌파 로봇, 미션 수행 로봇, 생체 모방 로봇, 공룡 로봇, 휴머노이드처럼 큰 관절의 움직임을 가진 여러 로봇들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로보티즈★에서 주최하는 로봇 온라인 STEAM CUP 대회를 알게 되었고, 준규는 대회의 부상으로 주어지는 상금을 모아 고가의 로봇 키트를 사려는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대회를 알게 된 이후 내 예상과는 달리 아이는 며칠 내내 온종일 태블릿 PC만 보고 있었다. 로봇을 만들기는커녕 로봇을 핑계 삼아 인터넷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회 관련 사이트에서 수상한 작품들과 떨어진 작품들을 보며 어떤 로봇을 만들어야 상을 탈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 로보티즈(Robotis)는 1999년에 설립된 로봇 설루션 개발 업체이다. 주력 분야는 로봇 구축 솔

루션, 에듀테인먼트 로봇, 로봇 플랫폼 사업이다.



STEAM CUP 대회는 온라인 대회로 매달 업로드된 작품들을 모아 한 달에 한 번 수상하고, 분기별로 또다시 통합 수상작을 선별하는 시스템이다. 아이는 며칠 동안 업로드되어 있는 작품들을 모두 살펴보고 분석한 결과 IoT 계열의 로봇을 만드는 것이 여러모로 수상에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탄생한 로봇들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목표물을 조준할 수 있는 IoT 고무줄 총, 스탠드 전등의 전원을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IoT 스마트 전등, 사람이 없을 때 스마트폰을 통해 강아지에게 밥을 줄 수 있는 IoT 스마트 개밥그릇 등이었다.


준규는 자신의 작품을 매달 하나씩 출품하였고, 출품했던 작품들 대부분이 수상하여 1년 후 결국 간절히 원하던 100만 원 상당의 로봇 키트를 살 수 있었다. 로봇 구매 프로젝트는 부모의 도움이 아닌 아이의 적극적인 동기와 노력의 시간들이 더해진 결과였다. 아이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사줄 수는 없다. 특히 고가의 물건이

라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그 물건에 대한 절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 부부의 생각이다. 절실함이 있다면 아이는 갖고 싶은 물건을 얻기까지의 과정(심부름,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돈과 물건의 소중함을 배우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모든 것이 풍족해서 오히려 결핍이 부족한 시대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읽을 것, 놀 것, 볼 것들이 모두 넘쳐나고 부모의 사랑과 관심 또한 지나칠 만큼 넘쳐나서 문제가 되고 있다. 결핍은 그 자체로 힘들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동기 부여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사주지 못했던 것이 아이에게는 작은 외적 동기가 되고, 이를 통해 로봇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상금으로 어렵게 구매한 키트로 만든 코모도 왕도마뱀


어느 날 준규에게 물었다. 혹시 엄마 아빠가 비싼 로봇 키트를 그냥 일찌감치 사주었으면 어땠을 것 같냐고. 아이는 아마도 처음에는 신나서 몇 번 만들다가 방치해 두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수상 욕심에 로봇대회에는 출전했을 수도 있겠지만, 열정적으로 대회에 임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가지게 된 로봇이라 더 의미 있고 애정이 생겨 꾸준히 활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열혈 부모가 되어 아이 손을 끌어당기기보다는, 아이가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찾을 때까지 답답하더라도 기다려 주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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