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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May 24. 2021

미래의 로봇공학자를 꿈꾸다 <영재 발굴단> 출연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22


세상을 돕는 로봇공학자를 꿈꾸다


준규는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개설된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로봇을 처음 접했다. 그전까지는 레고 조립을 좋아하고 종이접기를 통해 로봇을 만드는 정도였다. 준규는 로봇 수업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선생님은 준규가 로봇 수업을 너무 재미있어하고, 잘한다며 수업 수준을 한 단계 높여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로봇 수업이 준규에게는 너무 쉬울 것 같다며 준규가 흥미로워할 만한 단계를 추천하며 수업 시간에 봐주겠다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준규는 선생님의 배려로 로봇에 대한 흥미를 키워나갈 수 있었다.


이후 홈스쿨링을 하게 되면서도 아이는 로봇을 계속 배우고 싶어 했다. 다행히 방과 후 선생님의 배려로 로봇과 관련된 조언을 받기도 하고 모르는 것이 있을 때는 지도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선생님이 코딩과 로봇 관련 학원을 오픈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계속 배우게 되었다. 선생님은 준규의 기발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에 잘 공감해주었고, 선생님을 통해 로봇 관련 대회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한동안 코딩이 정규 교과목이 된다고 해서 관련 학원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났다. 3개월 만에 배우는 속성 과정부터 코딩 교육의 본질이나 목적을 왜곡시키는 사례들도 많다. 하지만 운 좋게도 준규를 지도해주었던 선생님은 코딩은 단순히 툴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내는 융합 교육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분이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방과 후 수업으로 배웠던 스크래치도 독학으로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만들며 익혀나갔다.


로봇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며 아이는 데니스 홍 박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 당시 인명 구조 로봇의 한계를 실감하며 시작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결국 로봇이라는 것이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우며 준규 또한 세상을 이롭게 할 로봇공학자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도 여전히 내 마음속은 바빴다. 어떤 방향으로 아이를 도와줘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마법같이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가 만들어준 행복


준규가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 2년쯤 된 2018년 5월, SBS TV 프로그램 <영재 발굴단>에 로봇 영재로 출연한 적이 있다. 방송국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처음엔 방송 출연을 거절했었다. 범상치 않은 아이들이 출연하는 그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 있는 나로서는 내심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방송 출연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말에 방송국 작가와 몇 차례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집에 방문해서 인터뷰를 먼저 해보고 싶다는 말에 우리 부부는 망설였지만 준규는 방송에 출연해보고 싶다며 강한 의사를 밝혔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 결국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고, 이후 준규를 찍고 싶다는 PD의 연락을 받았다.


부모 된 입장에서 남들 앞에 영재로 방송 출연을 하게 된다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염려되기도 했다. 내 아이가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할 만큼 똑똑하고 특별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인터넷 악성 댓글이나 남들의 평가가 두렵기도 했다. 그래서 준규에게 출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조심스레 비췄지만 아이는 너무나 확고했다. 1~2주에 걸쳐 하루 종일 촬영을 하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로봇 분야의 멘토인 한양대학교 로봇공학과 한재권 교수를 만나 미래에 대한 꿈을 나눌 수 있는 너무나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방송이 나가고 우려와는 달리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여유 있는 하루를 보내며 즐거워 보이는 아이 모습이 부럽다는 이도 있었고, 응원하는 이도 생겼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너무나 기뻐하셨다. 무엇보다 평소 학교에 가지 않는 준규를 내색도 못하고 걱정하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는 방송 출연을 계기로 마음을 놓으셨다.


너무 별스럽게 아이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말부터 당신들 어렸을 때는 학교를 가고 싶어도 못 갔지만, 요즘 시대에 학교를 안 보내면 어떻게 하느냐며 늘 걱정이셨다. 그런데 방송 출연 이후로는 걱정 어린 말씀이 싹 사라졌다. ‘잘 키워보라.’는 말씀과 함께.



남들과 다른 게 틀린 것은 아니야


홈스쿨링을 하며 알게 모르게 위축되어 있던 준규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 문제 있는 아이 아닌가 하는 시선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이 한두 마디씩 던지는 걱정 어린 말에 알게 모르게 위축되기도 하고 상처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 이후 아이는 당당해질 수 있었고, 자신감을 더 찾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반갑고 행복해하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예전에는 이 아이를 내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해 망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감도 있었고, 중학교나 고등학교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며 제대로 가고 있는지 늘 고민하고 불안해했었는데 방송을 계기로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꼭 틀리지만은 않았구나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방송 출연 이후 준규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도 생겼다. 로봇, 코딩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무료 교육을 제안하거나, 대기업의 홈 로봇 연구소에서도 지원해주겠다며 연락이 오기도 했다. 심지어 유명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조차도 본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교육 방식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서 놀랐다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재교육원 수업 기회를 박탈당했을 때는 정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실망했고, 준규에게 무능력한 부모 같아서 미안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는 준규를 보며, 부모인 나조차 본인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열세 살 준규가 부러워지기도 한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에 내 마음속 저 아래에서부터 스멀스멀 불안감이 올라올 때면, 남과 다른 것이 꼭 틀린 것은 아니라는 걸 되새기지만 가끔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는 충분하다. 작은 흔들림에 그리 힘들어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어쩌면 준규는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빛을 발하며 준규만의 색깔이 조금씩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아니 사실 너무나 행복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앞으로 매 순간 결정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고, 위기의 순간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것도 하나의 과정이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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