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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규네 홈스쿨 Jun 14. 2021

아이의 호기심을 인정하기까지

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25

‘하지 마’, ‘안 돼’라는 말의 무게


아이에게 집이란 난생처음 접하는 우주와도 같고, 부모란 믿고 의지할 절대  존재에 가깝다. 아이는 부모나 주 양육 자를 통해 세상에 대해 하나씩 배워나간 다. 본인의 의지로 궁금한 물체까지 기어갈 수 있게 되면 아이는 적극적으로  탐색을 시작한다. 


손에 넣어 촉감을 느끼고, 입에 넣어 물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안돼’, ‘지저분해’, ‘위험해’와 같은 부정적인 말들로 손과 입에 있는 것들을  번번이 빼앗기거나 제지당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이들은 행동을 하기 전  부모의 표정부터 살피게 될지도 모른다.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엄마를  화나게 만드는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편견을 갖고서 말이다. 그리고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세상은 궁금함으로 넘쳐나는 곳이기 이전에, 피하고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곳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어떤 전문가들은 아이가 태어난 후 36개월까지가 두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라 말한다. 누구나 태어날 때 고유한 두뇌를 만드는 데 충분한 뇌세포 덩어리를 공평하게 부여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어떻게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발달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다. 


어린아이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내가 당장 편하고자 아이에게 던지는 ‘안 돼!’ ‘하지 마!’라는 말의 무게에 대해 한 번쯤  멈춰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무조건적인 허용 또한 위험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어른이 만들어 놓은 큰 가이드라인 안에서 아이가 마음껏 탐색하고, 궁금해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도 성가시고 귀찮아서 안 된다고 하기도 하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일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어 아이를 양육하려고 애썼다.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탐색하고 알아가려 할 때, 그 호기심이 제지당하기보다는 독려되어야 아이의 궁금증과 사고가 증폭될 수 있고 이는 아이의 상상력이나 또  다른 지적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아이의 엉뚱함이 창의적 사고를 키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며, 기존의 지식 주입형 교육에서 벗어 나 아이들의 창의성을 길러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사고란 무엇일까? 창의력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요즘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기르겠다고 학원을 보내고 문제집을 풀게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들로 창의적인 사고가 길러질까?  창의성은 기존의 것들을 통해 생각을 새롭게 전환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엉뚱함과 창의적인 사고의 출발선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이들은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다. 그만큼 같은 사물을 가지고도 엉뚱한 행동들을 많이 한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그 행동들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한다.  


의자가 있다. 어른들에게 의자란 앉는 데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그 의자를 뒤집어서 올라타고, 여러 개를 붙이고, 그 밑에 들어가고, 붙여 놓은 의자 위에 천을 씌우며 다양하게 논다. 의자가 말이 되기도 하고, 기차가 되고, 터널이 되고, 동굴로도 변한다. 그  다양한 상상 놀이들은 “의자 원래대로 놔둬.”라는 어른의 한마디로 무시되기 일쑤다. 너무 아깝다. 어쩌면 우리 아이가 몇십 년 후 노벨상을 탈  기회를 걷어차버린 것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이 할 일이란 그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의자를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가 르쳐주는 것 정도가 아닐까? 창의적인 사고는 부모의 생각으로 한계를 만들어놓지 않음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아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물을 해석하고 사고를 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것은 어떨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큰 전제만 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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