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29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 대책>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영유아 스마트폰 이용률이 53.1%에 달하고, 최초 이용시기가 2.27세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게 되면 뇌의 성장이 고루 발달해야 하는 영유아 시기에 시각적인 부분만 치우쳐 발달하게 될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사람과 면 대면 상호작용이 아닌 스마트폰과 일방향적 소통을 하게 되어 영유아의 사회성 및 정서 발달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켜 주의력 결핍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한다.
또한 얄다 T. 울스의 책 《아이와 싸우지 않는 디지털 습관 적기 교육》(코리아닷컴, 2016)을 보면 돌도 안 된 아기가 비디오를 보고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데, “돌 이전의 아기는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고 음성을 들어야 하는 만큼 타인과 최대한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학습의 관점에서 보면 3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절대적으로 현실 세계가 스크린보다 더 낫다. 따라서 비디오를 보는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라고 경고한다.
사실 영유아의 스마트 기기 중독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 울거나 떼쓰는 아이를 달래거나, 부모가 편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건네주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뿐 아니라 부모 또한 아이와 말하는 시간보다 스마트폰 보는 것을 선호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도 있다.
얼마 전 영국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노 폰 존(No Phone Zone)’ 이벤트를 열어, 입장 시 스마트 기기를 카운터에 맡기면 자녀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1년에 한두 번 겨우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를 데리고 외식하는 게 참 흔한 일이다. 더 흔한 풍경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영유아들이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실내에서 뛰어다니거나 말썽을 부리는 아이를 얌전히 앉혀 두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무엇에 홀린 듯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동안, 부모들은 잠시라도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이 방법은 부모에게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라 그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를 일일이 따라다니는 것은 힘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눈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식당에서는 아이들이 간단히 그림 그릴 수 있는 도구들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어린이 출입 금지 식당(NO Kids Zone)이 늘고 있는 추세이다.
에너지 넘치고 호기심 많은 어린 준규를 데리고 외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단 준규는 낯선 곳에 가면 몸으로 부딪치며 하나하나 탐색하고 살펴야 하는 아이였다. 초고속으로 본인의 배를 채우고 나면 그때부터 거침없이 식당 안팎을 돌아다녔다. 어쩔 수 없이 식당에 가는 것 자체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어쩌다 외식을 하게 될 경우, 남편과 번갈아가며 아이를 식당 밖에서 돌봐야 했다. 돌아다닐 여건이 안 되는 곳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종이를 접으며 놀아주었다. 그 경험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나중에는 외출용 고정 준비물이 생기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마다 무지개 물고기가 예쁘게 그려진 가방에 준규 물건들을 담게 했다. 그 가방은 언제부턴가 물고기 가방으로 불리며 준규의 외출용 가방이 되었다. 외식이나 결혼식 같은 행사, 그리고 여행을 갈 때도 그 가방을 항상 들고나갔다. 그 가방 안에는 색종이, 풀, 가위, 작은 장난감, 동화책, 색연필, 수첩 등 아이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 가방은 준규를 식당 의자에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 스스로 한 다짐이 있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나 편하자고 절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지는 말자는 것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타인을 통해 접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그 전에는 부모의 노력으로 충분히 스마트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 번 허락한 것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신호를 아이에게 주는 것이다.
처음에야 잠깐인데 뭐 어때, 한 번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스마트폰을 건넬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직 자제력이 없기 때문에 그 한 번이 반복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이 앞에서 되도록 통화도 간단히 하고, 급한 일이 아니라면 휴대폰 사용은 최대한 자제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계속 휴대폰을 보고 있으면 아이도 따라 하고 싶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휴대폰으로 게임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엄마 휴대 폰은 게임이 안 된다고 말하니 아이도 믿는 눈치였다. 그렇게 오랜 노력 끝에 준규는 여전히 외출을 할 때면, 손에 책 한 권 이나 색종이 몇 장을 챙겨 나간다.
성격 급한 준규는 지금도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 전, 지루할 때면 책을 보거나 종이접기를 한다. 물론 친구들이 게임하는 것을 옆에서 구경하거나, 한번 시켜달라고 애원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게임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시간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없이도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준규네 홈스쿨> 진서원 P.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