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규네 홈스쿨링 이야기 31
내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것은 스마트 기기 중독이 아이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것이기도 했지만 아이에게 심심할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텔레비전도 스마트폰도 없는 환경에서 아이는 온전히 자기에게 던져진 심심함을 견뎌야 했고 그것이 각종 놀이로 이어졌다. 그 당시 모든 것을 다 이해했던 것은 아니지만 준규가 재미있게 놀았던 놀이들을 소개한다.
일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신문지야말로 최고의 놀이 재료이다. 신문지를 말거나 접어서 칼, 방패, 도끼, 갑옷 등을 만들 수도 있고 돌돌 말아 봉을 만들어 기본 모듈로 다양한 구조체를 세우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뭇가지나 돌멩이 그리고 모래 등은 그 자체로 훌륭한 놀이 재료이다. 나뭇가지는 마법 지팡이도 되었다가 활이 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재료가 되는 등 다양한 상상 놀이를 가능하게 한다.
모래놀이는 따로 놀이라고 소개할 필요조차 없기는 하다. 하지만 심리 치료의 도구로 쓰일 만큼 아이들에게 너무나 좋은 놀이 재료이다.
하루는 아이를 보다 깜빡 낮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누워 있던 내 위로 어마어마한 거미줄이 쳐 있었다. 나무젓가락, 빨대, 털실, 노끈, 점 토, 신문지, 박스는 아이들 놀이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들이다. 점, 선, 면을 이루는 기본 단위의 재료는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기본 모듈을 잇고, 붙이는 과정에서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더해져 다양한 형태로 재탄생한다.
아이들은 아늑하고 은밀한 자신만의 아지트를 좋아한다. 준규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나갔다. 나무젓가락으로 고무줄 총을 만들고 남았던 고무줄 한 봉지를 시작으로, 겨울 내내 준규는 고무 줄 커튼을 만들어서 방에 달았다. 방에 들어갈 때마다 머리에 쩍쩍 붙고, 지나가려고 커튼을 젖힐 때마다 꼬여버려서 푸느라 고생해야 했지만 시간 때우기, 가성비와 몰입도 면에서는 최고의 놀이였다.
카프라는 블록과 비슷하다. 연령이 낮을 때는 주로 큐브 형태의 블록 쌓기를 하며 신체 협응력을 키우기도 하고, 쌓고 무너지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기본 블록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만들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도 있고,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각자 만든 것들을 서로 연결하며 팀 작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
뜨개질은 소근육 조작에 좋은 활동으로, 실이 엮여서 면이 만들어지는 것을 아이들은 매우 신기해한다. 겨울철 바깥 놀이 활동이 줄어들 때 시간 보내기 좋은 놀이이다.
집중력과 소근육 강화에 좋은 바느질은 아이에 따라 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준규의 경우 4~5살 무렵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던 놀이다. 천에 색깔이 구분되는 실로 시침질을 하거나 단추를 달면서 놀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원단을 사서 자른 후 기본 바느질로 두 장 뒤집어 꿰매기를 하며 크리스마스 장식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남자아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부산스러운 준규도 집중하며 재미있어했다
집안일 중에는 아이들이 놀이로 생각하는 일들이 많다. 방 정리는 싫어하지만 물놀이처럼 느낄 수 있는 설거지부터 빨래 널기, 채소 씻기와 다듬기, 요리하기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영역이 집안일 돕기이다. 어려서부터 놀이로 집안일을 접했던 아이들은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고 집안일을 돕게 된다.
<준규네 홈스쿨> 진서원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