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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며 변하는 것들

그리고 변하지 않는 단 한가지

by 진저레몬티

어느덧 서른 후반에 접어들며,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내 모습을 하나둘 발견하게 된다.
어릴 적엔 급식 메뉴로 나올 때마다 질색하던 오묘한 맛의 카레가, 이제는 은근히 좋아진다.
자극적인 외식보다는 내가 고른 신선한 재료로 정갈하게 차린 집밥이 더 끌린다.

한때는 메이크업 없이는 외출을 못 했던 내가, 붉은 여드름 자국이 다 드러난 맨 얼굴로도 쇼핑을 가고, 공원 산책도 한다.
예전엔 어른들이 지나가며 하던 말들 — “나이 들면 이래지더라, 저래지더라” — 그런 말들이 그땐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 말들이 하나둘, 피부에 와닿는다.

까탈스럽고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며 자극을 좇던 나는,
이제는 바닷가의 조약돌처럼 둥글어지고, 자연스러운 게 좋아진다.


모든 게 다 좋게만 변해가냐고? 그렇진 않다.

인생에 책임이 더해지고, 언제 어떤 병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도 스며든다.
그러다 보니 ‘돈’이라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돈 때문에 못 하게 되는 순간들.
그런 제약들 속에서, 돈의 무게를 배운다.

어릴 땐 월급을 몽땅 명품 가방 하나에 쓰고, 브랜드 옷을 가득 쇼핑했는데
이제는 아울렛부터, 세일 코너부터 천천히 살핀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보면 코웃음칠지 모르지만,
그래도 변해가는 모든 것 속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가 있다.

바로 내가 나라는 사실.

얼굴은 처지고, 주름은 하나둘 늘어나지만
나는 여전히 나고,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시절 인연이 달라져, 세상 둘도 없던 친구와 멀어지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하늘나라로 가기도 하고
잉꼬부부였던 이들이 세월 앞에 이혼하기도 하지만,
나는 나와 멀어질 수 없다. 나와 이혼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나는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나는 나의 둘도 없는 연인, 가족이자 친구라는

그 사실만은 영원히 변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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