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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것은 애쓰지 않아도 온다

나를 떠나간 사람과 물건 이야기

by 진저레몬티

작년 겨울 병원 입원 중에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가죽공예 키트로 카드지갑을 만들었다. 병원에서 힘들고 외로울 때 내 이름까지 새겨가며 만든 지갑이라 더 특별히 애정이 가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근길에 그걸 잃어버렸다. 그날 점심시간 밥도 굶고 그 지갑을 찾는다고 나섰다. 정든 물건을 허무하게 잃어버리다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출근길을 그대로 되돌아가보고 지하철역마다 전화해 봐도 찾을 수 없었다. 근데 왠지 언젠가 그걸 다시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카드지갑 속에 신분증이 있었는데 분실신고를 하지도, 재발급을 하지도 않고 그냥 두었다.



그 일이 서서히 잊힐 때쯤 문득 생각나서 온라인 유실물센터에 들어갔더니 세상에 그토록 애타게 찾던 나의 카드지갑이 올라와있던 것이다. 게다가 직장 바로 옆 경찰서에 맡겨있어 일하는 중에 잠깐 들러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애타게 찾아 헤맬 땐 없더니 언젠가 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니 그 지갑이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알게 됐다. 내 것은 애쓰지 않아도 나에게 온다는 걸.



남자친구가 나를 떠난다고 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고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의 마음을 되돌리려 대화 한번 더 해보자고 붙잡아보기도 하고. 그 사람은 나의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것일 땐 애쓰지 않아도 나에게 왔던 그는 내 것이 아닌 게 되니 붙잡아도 떠나는 사람이 되었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되찾으며 배웠다. 모든지 힘 빼고 자연스럽게 살아가야겠다. 어차피 내 것이라면 애쓰지 않아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에게 올 텐데 뭘 그리 아등바등 이었는지. 내 것에 감사하고 내 것이 아닌 건 보내줄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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