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Nov 22. 2020

카페에서 시간 보내기

주말의 소소한 행복

오랜만에 우중충하고 찌뿌둥한 주말이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어디 나갈 핑계도 없어지고, 확진자 수도 계속 늘어나는 마당이라 집콕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야속하게도 머리가 꽤 자랐고, 오늘 이 머리를 잘라내지 않으면 다음 주에 더벅머리 아저씨가 되어(차라리 총각은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회사를 갈 생각을 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그래서 가던 바버샵에 예약을 하고 머리를 자르고 오니 꽤나 기분이 상쾌해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냥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싶어서 맥XXX에 들러 해시브라운이 담긴 버거 세트를 야무지게 들고 왔다. 입안 가득 햄버거를 물고서 콜라 한 모금 들이키니, ‘아 이게 주말 쉬는 맛이지’ 싶은 생각에 행복감이 충전된다.


이 행복감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서, 집 근처 카페에 아이패드에 로지텍 K380 하나 들고 나섰다.

사고 싶었던 물건도 다시금 살펴보고, 할부의 노예답게 바로 이끌리듯 결제를 한다. 택배는 늦어도 수요일엔 올 것이고, 난 그때까지 또 기분 좋을 것이다.

그리고서야 매우 오랜만에 글을 적어본다.


아 정말 이게 얼마만인가. 이런 글조차 쓰기도 어려웠던 그동안 난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괜히 이전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괜히 또 한숨짓게 되고 그렇다.

다시 생각해보면, 되돌아보고 한숨 지을 수 있는 게 얼마만이었나 싶어, 또 행복감이 충전되었다.


사는 게 무엇 있더냐. 때 되면 밥 한 끼 먹고, 멍 때리면서 이런저런 잡념에 사로 잡히기도 하고, 지나가는 주말이 야속해서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 거지.

사실 지금 글을 써내려 가면서도 다가올 다음 주가 조금 많이 두려운 나이지만, 질끈 눈 감았다 뜨면 또 이런 평화로운 주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난 동네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주말의 소소한 행복을 충분히 누리고 있다. 그 느낌을 잃고 싶지 않아 끄적여 본다.

마음이 바쁠수록 허덕이지 않게 스스로 잘 조절해야지, 또 다짐해보고.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김첨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