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까지는 아니어도, 나 스스로 뿌듯한 삶
언젠가부터 ‘모닝 루틴’이니, ‘미라클 모닝’이니 아침 일찍 일어나 삶을 여는 것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있다. 오래전에 ‘아침형 인간’ 열풍을 상기시키듯.
내 길지 않은 생애를 되돌아보았다. 난 언제나 누구보다 빠른 아침을 시작했다. 어려서도 가족 중에 가장 일찍 일어난 것은 나였고, 학창 시절에는 누구보다 학교에 일찍 등교했다. 대학교 때도 그렇게 술을 열심히 먹고도 아침 1교시는 거의 거른 기억이 없으며, 회사에 와서도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일찍 왔다.
만성 ‘아침형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인지 최근의 유행이 나에게는 그렇게 대단한 것으로 비치진 않았다. ‘왜 이렇게들 호들갑일까’ 싶기도 하고, 그냥 일찍 일어나면 되는 건데 뭘 그리 의미 부여하면서까지 그것도 과시를 하면서 보여줘야 하는 건가 싶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않고도 그럭저럭 삶을 살아오고 있었던 게 아니었는지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난 그 오랜 세월을 혼자 피곤하게 살았던 건 아니었나 반문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다. 하루에 학교를 가든, 일을 하든지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은 그 이전 시간뿐이라는 것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책을 쓰고 유명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줄 진즉에 알았다면 그 책은 내가 내 볼 걸 그랬다.
(물론 내가 그럴 위인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설령 냈다고 하더라도 쫄딱 망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에 혼자 일어나 무언가를 한다는 묘한 짜릿함, 그리고 정말 조용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집중력, 온갖 상념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시간. 지키지도 못할 원대한 계획도 세워보고, 갑자기 지난 시간을 반성하기도 하는 나만의 시간. 이게 좋았기 때문에, 난 내가 기억하기로는 25년이 넘는 시간 늦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아침형’ 패턴이 잘 맞았을 뿐인 것이다.
최근에 읽었던 문구 중 재밌는 게 있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차이 : ‘아침형 인간’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과시하기 좋아한다는 것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형 인간도 자기 나름의 삶을 만들어 나갈 텐데, 누가 보면 아침형 인간이 꼭 옳은 것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내 주변에도 나와 정반대의 삶의 패턴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나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잘 먹고 잘 산다. 그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들은 수두룩 빽빽일 거고. 그런 사람들에게 ‘미라클 이브닝’이라고 붙여주면 안 될까?
일찍 일어나든 아니든, 그냥 자기만의 리듬대로 잘 살면 되는 거 아닐까. 나 스스로가 뿌듯하게 느끼고 나름의 성취를 얻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일찍 일어나겠다는 사람을 낮춰 부르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무리하게 시류에 맞출 필요는 없고, 내가 정말 잘 보낼 수 있는 나만의 루틴을 가지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는가 하는 나의 짧은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일찍 일어나는 게 편하므로 계속 나만의 리듬에 따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 읽고, 운동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덧. 일찍 일어나면 일찍 자야만 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안 그러면 몸이 축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