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tual, Reflection, Recharge
클리셰 같지만, 뭐 하다 보니 또 1년의 3분의 1이 흘러가고 있다. '새해에 세웠던 목표를 어디에 두었더라' 싶을 정도로, 현실에 매몰되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이쯤에서 한 번 나에게 죽비를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정신 차려보자고 글을 쓴다.
직장인에게 주말이란 정말 천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시간이다. 정말 감사하게도 주 5일 근무제의 혜택(?)을 사회 초년생 때부터 누린 입장에서, 도대체 예전에 토요일 출근은 어떻게 했다는 건지 그렇게 생활이 되는 건지 의아할 따름이다. (아 생각해보니 토요일까지 학교를 다녔더랬지.)
커리어가 한 해 한 해 쌓이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도 키우고, 점차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은 늘어만 가는데, 당연히 시간은 한정적 자원이어서 가끔은 압박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번아웃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나 역시도 그런 시점에 빠져들 뻔했으나, 깊게 빠져들기 전에 헤어 나오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하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무슨 대단한 방법은 아닌데, 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자체가 과제다. 1주일 7일간 24시간 중 수면시간, 업무시간을 제외하고, 가족과의 시간(특히 주말 포함) 등등을 뺐을 때, 진짜 나 홀로 편히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미혼이신 분들이 시간이 좀 더 남는다는 얘기를 하려던 건 절대 아니다. 다 나름대로 바쁘니까)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의지로 움직여야만 확보되는 그런 시간. 그 시간대는 역시, 이른 새벽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코시국도 끝나가면서 이래저래 약속도 많이 잡히는 상황에서 저녁/밤 시간에 뭔가를 하기는 어렵다. (with 맨 정신) 일이 바빠서 야근을 할 수도 있다. 일과 후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 자르듯, '밤 9시부터는 내 시간이니까 방해하지 마시오'는 이기적인 생각이지 않나.
그래서 난 새벽 시간을, 그리고 가족들이 늦잠을 자는 주말에는 지금과 같은 아침시간까지 내 리듬대로 가져가려고 정확히는 구정 연휴부터(이게 진짜 새해 시작이니까....?) 유지해오고 있다. 이 시간 동안 내가 하는 일은 몇 가지 딱 정해 두었다. (많으면 이도 저도 못한다. 정말이다.) 요새 많은 분들이 실천하는 미라클 모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참고로 난 꽤 오래전부터 새벽잠이 없는 편이라 그렇다.)
1. 운동(and 취미생활)
2. 글 읽기
3. 계획과 반성/To Do List 정리하기
운동은 체중감량이라는 표면적 목표도 있고, 진짜 이제는 움직이지 않으면 체력 저하로 훅 가겠다 싶은 생각 때문에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 중이다. 전날 술자리가 있었든, 일을 많이 했든 간에 아침엔 일단 내가 운동하는 장소로 향한다(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프사오'라고..) 한 시간 정도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마치면, 기분도 엄청 개운하고 애플 워치가 운동 끝냈다고 칭찬해주는 맛에(이래서 피드백은 중요한 겁니다.) 출근을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요새 배우기 시작한 골프 연습도 아침 시간대에 끝내려고 노력하는데, 안되면 아예 늦은 밤에라도 간다. 오히려 아침/저녁으로 내 시간을 갖게 되는 거라 뿌듯함은 두 배다.
글 읽기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다.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조금씩 읽기도 하고, 요새 많아진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에서 간추려진 내용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간혹 LinkedIn에 공유되는 글들은 이런 타이밍에 올리게 된다.) 실질적으로 내 지식이 늘었는지 보다도, 일단 내가 이 행동을 했음에 역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계획과 반성은 특히 주말 시간에 1주일을 돌아보면서 내가 잘하고, 못하고, 배운 것은 무엇인지 등등을 다이어리에 간단히 적어본다. 이 적는 행위는 막상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돌아다니는 생각들을 한 번 정리해주기 때문에 확실히 좋다. 그리고 적고 나서 나중에 다시 보면, 더 좋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아니겠습니까. 자꾸 봐줘야 해요.) Reflection은 그 자체가 나에게는 명상과 같아, 주말의 평화를 찾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에 비해 To Do List는 매일 잠깐 짬을 내어 챙기려는 편이다. iMac을 쓰고 있어서, 'todo mate'라는 앱을 폰과 같이 깔아 두고서 입력하면 동기화가 되니까 그것도 편하다.
취미생활은 하고 있는 것과 하고픈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일단 '스케이트보드'를 독학 중이다.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사실 되게 오래전부터 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취미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해야 다쳐도 덜 고생할 것 같고, 근처에 공터가 있어서 주말 아침에 짬을 내어 조금씩 연습 중이다. 작년에 사놓고 제대로 못 탔던 스케이트보드가 요새는 많은 흉터를 내면서 그 나름의 역할 중이다.
하고픈 것은 아직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런데, '드럼'을 다시 할 거다. 어려서 잠깐 배우고 허접한 실력으로 동아리 생활을 했었는데, 이게 참 시간이 지나도 너무 좋은 기억이기도 했고,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안다는 게 주는 역시 개인적인 '뿌듯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악기 다루기' 이건 진짜 누구에게도 좋은 취미생활인 것 같다. 꼭 어느 순간이 오면, 다시 드럼 세트에 앉아볼 것이다.
(써놓고 보니, 취미가 요새 내게 제일 중요한 화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개인적인 TMI가 길었다. 요점은, 스스로의 온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나에겐 의식(Ritual)의 일종으로 자리 잡았고, 일이나 삶에서 반성(Reflection)의 시간을 통해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내가 얻는 '뿌듯함'과 '성취감'은 나에게 에너지를 전달(Recharge) 해 준다.
여러분들도 나름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또는 챙기고자 하는 어떤 것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나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주로 아침 시간을 나만의 것으로 가져가고 있지만, 개인별로 선호하는 시간은 다 다르니까 꼭 '미라클 모닝' 아녀도 자신만의 '미라클'한 시간을 정하시면 되겠다.
주말이다. 지금 이 글을 끄적이는 이 시간이 너무 좋고, 난 앞으로도 계속 내 삶의 리듬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