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함을 끌어 안을 필요는 없다
오랜만에 눈이 소복히 내린, 그것도 설날 아침. (기분 좋은데?)
1월은 이미 지나가버리고, 2월이 되었다. '찐 설날'은 음력 1월 1일 설이라고들 해서(내가 지어낸 말일지도), 지난 1월은 오리엔테이션 느낌으로 살살 보냈다.
직장생활 12년차, 가정을 꾸린지 9년차, 아빠가 된지도 8년차. 대한민국에 살고있는 30대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 위치. (물론 아직 마이홈이 없다는 치명타가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게 걱정할 게 없을 것 같아보여도, 학창시절 때부터 갖고 있던 어딘가 불쑥 튀어나오는 불안한 느낌은 불현듯 나를 감싸고 있다. 이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또 지나가고 흐르고 말 것이다. 잠잠해졌다가 다시 찾아올 거고, 이를 반복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건강에 대한 염려다. 확실히 회복하는 게 예전과 다르다. 술을 먹었든, 운동을 했든, 다시 평상시의 상태로 돌아오는데 이전보다 눈에 띄게 시간이 걸린다. 이게 다 운동부족 때문일 수도 있어서, 2월부터는(아니 1월에는 뭐하고?) 정말 제대로 운동을 해서 날려버리기로 했다. (운동하다 다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또 떠나지를 않는다.) 물론 올해는 정말 다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힘 주어 말하고 있다. (진짜다.)
다음은 배움에 대한 염려다. 러닝 커브라고들 하는, 배움의 곡선이 예전보다 기울기가 매우 완만해 진 것 같다.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와도 쉽게 나간다. 아마도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는 것일까. 집중을 잘 못한다. 읽고 싶은 책은 쌓이는데 진도가 나가지를 않는다. (제발 저만 이런 게 아니길 바랍니다.) '그래, 이것도 내가 현재, 이 곳에서 집중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겠지.' 라고 일단 주문을 외워본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어플도 깔아보고 했지만, 그거 쉽게 안된다. 나를 위해 몰입하는 시간과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생활에 대한 염려도 있다. 연말정산을 위해 자료를 내려받았을 때, 와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걸 보면, 버는 게 그리 늘지 않았는데 소비곡선만은 아주 쭉쭉 올라가고 있으니 원. 모아놓은 돈도 생각보다 잘 없고, 요새 주식시장이 촛농처럼 흘러내려 계좌는 아예 열어보지 않기로 했다. 나 이래서 나중에 내 몸 뉘일 집은 한 채 얻을 수 있으려나하는 당장 해결도 못할 그런 걱정을 또 시작한다.
이 외에도 가족의 건강 걱정, 코로나 걱정, 지금 하고 있는 일 걱정 등등. 이것저것 나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소재들이 너무 많다는 걸, 글을 적어나가면서 알게 됐다. 그리고 적어나가는 것으로 역설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또, 뭘 해야 할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말이다.
불안=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내 현실인식이 부족하거나,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확 다가오는 것 같다. 이 느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역시 나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만의 시간'은 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아 또 고민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