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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May 31. 2020

다시, 수영(Swimming Again)

물 속으로, 풍덩

지금의 코로나 상황이 있기 전이었던, 지난 겨울. 어깨도 안 좋고, 날은 추워지고 해는 짧아지고 하다보니 게으름이 목 끝까지 차올라 다니던 새벽 수영과 멀어졌던 나. 다른 동네로 이사도 가야하는 상황이었기에 핑곗거리는 하나 더 추가되었고, 아침을 깨워주던 수영을 쉰 지도 반 년이 다 되어간다.


물론 그 사이에 이사도 하고, 이것저것 챙기고 하느라 (물론 이것도 핑계인 것 다 안다.) 새로이 갈 곳을 제대로 못 찾아보기도 했고 막상 마음을 먹으니, 미증유의 상황이 들이닥쳐 꿈도 못 꾸게 되어버렸다. 그 사이 내 안에선 살이 차오르고, 몸은 무거워지고 체력은 뭔가 저하되는 것 같고(노화겠지 아마도) 뭐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는 중.


더는 안되겠다 싶어 근처에 다닐 수 있는 수영장을 찾아봤다. 다행히도 5월 연휴 이후엔 운영을 하고 있는 동네수영장이 있어 연락을 해 본다. 사실 나도 나지만, 아이가 이전에 한 3개월 남짓 배운 적이 있어서 흐름을 이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토요일 마감을 앞두고 청소를 하고 있는 수영장에 상담을 받으러 간다.


아이는 얼마고, 1주일에 한 번이고, 최대 4:1 수업이고 등등,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준다. 아이도 이전에 수영에 대한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흔쾌히 오케이. 게다가 최근 나가기 시작한 유치원 같은 반 아이도 다니고 있다고 하니, 뭔가 모를 안심도 되고 해서 바로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수영장에 찾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다시 시작을 할까 말까 고민했지만, 수영장 레인을 보니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 두근두근. 바로 등록신청한다. 성인반은 역시 새벽이지하며, 월/화/목/금 4일씩이나 강습하는 스파르타 코스를 하겠다고 덤벼본다.


"얼마나 배우셨나요?"

"아 예, 제가 일단 영법은 다 할 줄 아는데 쉰 지 오래되어서 ^^;;" 


겸연쩍은 웃음과 함께 그저 잘 부탁드린다 하고 준비물과 유의사항 안내 등을 듣고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왔다. 아침에 점점 늦어지는 내 기상시간도 이젠 그만이지.


사실 수영을 서른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서, 처음에 몇 달간은 제대로 물에 뜨지도 못하고 계속 물만 먹던 시절도 있었다. '이거 그만해야 하나' 싶은 적도 있었지만, 이른 새벽에 온갖 잡념을 다 비우고 그저 물에 뜨고 앞으로 나가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수영은 나에게는 '힐링' 그 자체였다. 그렇게 2년 반 정도를 배웠던(물론 그 중에 숙취를 핑계로 못 나간 날들도 있었고, 어깨를 다쳐 강제로 쉰 기간도 있었고 우여곡절은 있었다.) 수영을 다시 시작한다고 하니, 괜히 설렌다.


요새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가고 있는데다가 설상가상으로 다니던 헬스장이 있는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이전에도 게으르게 다녔지만) 당분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수영장도 사람들이 아침부터 수영복 차림에 물 속에서 시간을 같이 보낸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건강 수칙은 내 나름대로 확실히 지켜가면서 살포시 다녀보려 한다.


다시 수영 가방을 꺼내어 수영복과 수경, 수모를 챙긴다. 이미 머릿속은 물 속에 있는 내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6시 수업을 듣자 하면 5시 반에는 일어나 줘야 하니, 오늘은 적당히 하고 편히 쉬련다. 


새로운 한 주와 새로운 한 달이 오랜만에 매우 기대가 된다. 점차 모든 것들이 나아지길 기원하며, 내 스스로도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6월을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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