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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Sep 04. 2024

시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데...

전화를 받으시는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내 마음도 같이 내려앉았다. 또 어디가 아프시구나... 올해 구순이신 시어머니는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시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무릎관절이 안좋아서 몇 년전부터는 제대로 걷지를 못하시고 거의 기어다니다시피 하는데, 이번에는 또 등이 아프시다고 했다.


병원에는 가보셨는지 물으니 지난번 남편이 내려갔을 때 병원에 같이 가서 X-ray 검사를 하고 주사도 맞으셨다고 했다. 남편은 집에 와서 나에게 그런 얘기를 전하지 않았다. 이제 부모님의 병은 대부분이 노화로 인한 것이라서 사실상 제대로 된 치료는 불가능하고, 통증을 조금 줄여주는 정도의 임시 조치밖에는 방법이 없다. 진통제 주사나 약도 효과가 그리 좋지 않고,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남편은 이제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걸 나보다 먼저 받아들인 것 같다. 크게 걱정을 하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뭔가 해드리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부모님이 편찮으시다고 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편찮으시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님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짜증스러운 마음이 든다. 늙어서 그런 걸 어떡하라고... 나에게 뭘 어떻게 해달라고 하시는게 아닌데도 이런 마음이 드는 내 자신이 너무 인정머리가 없는 것 같아 자책이 들면서도 어쩔 수가 없다.


죽는 건 두렵지만, 내가 그 나이가 되어 몸의 여기저기가 아파서 고통스러워지면, 그래도 계속 살고 싶을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일상이 힘겨워진다면 차라리 죽고 싶지 않을까? 지금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점점 늙어가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죽게 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기분이다. 부모님의 아픈 목소리를 들으면 짜증스럽고 외면하고 싶어지는 내 감정들이 결국에는 부모님의 모습이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병원을 다녀오시고 좀 나아지셨는지 다시 전화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하고 싶지가 않다. 그 무거운 목소리를 또 듣고 싶지 않다. 그냥 외면하고 싶다. 나 참 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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