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리필중

by 서정희

저마다 그날의 감정을 끌어올려 주는 요소가 있다.

누군가는 그 감정에 푹 빠져 영화를 보기도 하고, 천천히 걸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환기시키기도 한다. 나처럼 오늘의 기분과 딱 맞는,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은 음악을 듣기도 한다.

오늘은 '위아더나잇'의 노래를 들었다.

울적할 땐 이소라님의 노래를, 인간이 싫고 나조차 싫을 땐 이적님의 '회의'를, 속이 시끄러울 땐 쇼팽의 왈츠를 듣는다.


'나 지금 행복하구나, 그래도 잘 살고 있구나!'


벅차오르는 감정이 들 땐 위아더나잇의 '있잖아'를 듣는다. 이 노래를 들으면 따뜻한 바람이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간지럽히는 기분이 든다. 문틈 사이로 비치는 햇살마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도 웃음이 새어 나온다. 노래 마지막 부분에서 '난 특별하지 않은데, 특별하지 않을래'라고 읊조리듯 반복되는 가사가 오히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오늘은 그런 기분이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참 이상하다.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한다. 오직 '글'이라는 매개로 여기서는 한 동네 사람이 된다. 남 일에 무관심한 나조차도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이 오랜만에 올린 근황에 내 개인사까지 덧붙여 위로와 응원의 댓글을 남겼으니 말이다.

요즘 나는 계속 힘들다며 징징거리는 글을 썼는데, 그때마다 응원의 말을 해주시던 분이 계셨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내 상황을 '감성 리필 중'이라는 근사한 말로 위로해 주셨다.


이 다섯 글자가 나를 다시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잘 모르는 낯선 이에게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한 날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2JLHkvsQLk&list=RDV2JLHkvsQLk&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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