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Project #6
Daily Project #6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 2023년 6월 1일 목요일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
도수 치료를 너무 격하게 받아서 그런가 머리가 띵글띵글하고 목이랑 어깨가 후끈후끈하다. 공방을 갈까 집에를 갈까 고민하다 그래도 공방에 왔다. 커피 한잔 마시고 갈까 작업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흙을 만졌다.
막상 작업을 시작하니 정신이 맑아졌다. 아주 흡족하다.
2023년 5월 31일 수요일
공휴일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들에겐 의미 없는 날이지만, 이번 공휴일엔 아주 신명 나게 놀았다.
그래서 그런가, 작업이 너무 하기 싫었다. 날도 후텁지근하고 마음도 알랑알랑한 것이 매운 족발에 막사(막걸리+사이다)가 시급하다. 평소 즐겨하는 취미 생활이 없는데, 작업 외 유일하게 즐거워하는 게 먹는 것이다. 많이 자주 먹어도 배 안 부르고 건강하고 살도 안 찔 수 있다면, 먹다 지쳐 잠을 수 있다.
이러다 조만간 매운 족발색 도판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오늘따라 초록색이 상추색으로 보인다.
2023년 6월 1일 목요일
그런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분이 좋은 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오늘 기분처럼 가벼운 색으로 작업을 해볼까? 파스텔톤 색흙을 만들어본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흰색 흙물에 원하는 색의 안료를 비율에 맞춰 섞어주면 땡이다. 안료가 뭉치지 않게, 흰색이 보이지 않게 골고루 저어주면 끝!
보통 하루에 도판 1개씩 만드는데,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하나를 더 만들었다. 평소에 멕아리 없는 스타일이라 이럴 때 바짝 해줘야 한다. 새로 만든 색 도판 하나, 새로 만든 색+기존 초록색 마블링 도판 하나. 어두웠던 마음이 점점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요즘 내가 색을 쓰는 패턴을 보면 우울하거나 악에 바칠수록 색이 짙어지고 선명해지는 것 같다. 결핍이 없고 불안이 줄어들면 아쉬울 게 없으니 색으로 악다구니 쓰지 않게 된다. 여유롭고 단단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쩐지 이상하리만큼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역시 이유 없는 건 없었다.
청주국제비엔날레 1차 발표가 났는데, 똑 떨어졌다. 컨셉부터 사진촬영, 작가노트까지 꽤나 신경 써서 준비했다. 아무런 기대를 안 했다면 거짓말일테고, 만에 하나의 행운을 바랐다. 내가 바랐던 건 요행이었고,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이런 일로 유난인가 싶지만, 내 기분이 그렇다는데 어쩔 수 있나!
그래도 나 같은 작가 한 명쯤은 있어도 되지 않나 싶다.
공예도 아니고 도자기라기엔 애매하고, 파인아트에도 속하지 않는 뭔지 모르겠는 작품. 있는 그대로 존재 가치 있는 작품말이다.
10년 20년이 지나 내가 계속 작업을 하고 있다면, 그때까지 작가 반열에 오르지 못한다면 '하루 종일 꼬는 아줌마'로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