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까는 모녀

by 서정희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 친구가 엄마와 함께 매실장아찌 사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며 적극적으로 권했다.

엄마의 매실장아찌, 매실청, 매실식초를 맛본 사람이라면 그 친구 말에 백번 동의할게 틀림없다.

공방 운영하기 전에는 청매실이 나오는 기간에 맞춰 양산에 내려가곤 했다. 거실에 돗자리를 깔고 엄마, 아빠, 나 전부 달려들어 매실을 깠다. 단단한 청매실은 장아찌로, 달큰한 홍매실은 매실청을 만든다.

몇 년 전엔 80kg 매실을 엄마 혼자서 2박 3일 동안 사부작사부작 까셨다고 한다. 사실, 그중 절반은 내가 먹는다고 봐야된다. 그래서 종종 내려가서 매실을 깐다.


000017.JPG 손질 끝난 20kg 청매실


매실은 나에겐 특별하다.

소울푸드는 아니지만,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음식이다.

평소엔 고기테리언이지만 밥상에 매실장아찌가 없는 건 너무 속상하고 서운하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매실장아찌를 안 떨어지게 거의 매년을 담가주신다. 1~2kg도 아니고 몇십 킬로의 매실을 손질해서 장아찌를 만든다는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니다. 매실즙이 눈에 튀기도 하고, 오래 까다보면 매실즙에 손이 쭈그렁 쪼그라들기도 한다. 일일이 칼로 손질하다 보니 손이 베기도 하고, 피부가 벗겨진지 모르기도 한다. 설탕을 많이 넣으면 너무 달고, 너무 적게 넣으면 곰팡이가 생긴다. 우리 엄마는 다음날 매실을 후적후적 뒤집어 주고, 우러난 물을 한번 버리고 다시 버무려준다.

매실 주제에 손이 참 많이 간다.


이건 사랑이다.

대충 사랑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누가 날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해줄 수 있을까? 그것도 매년, 항상! 올해는 이상하게 평소보다 만드는 과정을 유심히 보게 되더라. 본능적으로 직감했던 것 같다. 엄마가 그동안 날 위해 해주셨던 많은 것들을 이제는 서서히 내가 해드려야 한다는 걸.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우리는 함께 매실을 까겠지?


무언지 모를 뜨거운 책임감이 올라온다.


000014.JPG 서비스로 받은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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