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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Jul 18. 2023

Home Sweet Home_ssikssik

최범식작가 첫번째 개인전

'Home Sweet Home'은 두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뜻, 그리고 좋지 않은 상황을 비꼬는 의미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의적 표현을 좋아한다. 작가명 ‘씩씩(중의어)’ 역시 작가 내면에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항상 대립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어두웠던 시기에 우연히 탄생한 ‘밴지(Vanzy)’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작가의 비관적인 상황을 오히려 희화하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작가의 삶의 태도가 담겨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사건들을 바탕으로 그려낸 작품들이지만, 각자의 상황을 이입하여 감상하길 바란다. 누구나 자기만의 비관적인 순간들을 마주하기 마련이고, 결국 낙관적으로 헤쳐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열등감에서 시작된다.

나에게 열등감은 작업을 풀어내는 좋은 소재이며, 작업은 열등감을 해소하는 대안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사회의 부조리, 모순 등을 풍자하는데 희열을 느끼며 스스로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애써 부여하려 노력했다. 작품에 의미를 담아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집착했다. 주류에 반작용하는 성격 덕분에 모순적인 것들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위트 있게 곧 잘 표현해 왔다.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까지 하니,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은 만족감 혹은 남들이 지나친 것을 표현해 냈다는 우월감을 느꼈던 것 같다.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자연스레 바깥이 아닌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고, 진리나 기준은 변화하기 마련이다. 나는 겨우 나의 삐딱하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관적으로 해석할 뿐이었다. 세상의 모순에 불만을 품는 내 태도도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결론은 나의 열등감이었다.

몇 년 전 나의 암울한 상황을 푸념하며 낙서를 끄적이다 캐릭터 밴지가 탄생하였다. 비관적인 현재를 받아들이고 언젠가 다가 올 성공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나의 열등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결과물이었다. 나 스스로를 마주하고 열등감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떳떳해졌고,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전까지 열등감은 삼키거나 뱉어야 하는 감정이었지만, 이제는 음미할 수 있는 작업적 영감이 되었다.


전시장 전경

 



남편의 첫 전시 오픈식 날, 당사자보다 내가 더 긴장되고 분주했다.

원래 옆에 있는 사람이 더 바쁘다. 든든하면서 소화 잘되는 맛있는 밥을 해야 하고, 옷을 다리고 좋은 향의 섬유탈취제도 뿌려줘야 한다. 남편 몰래 꽃바구니를 주문하고 궁금해하실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면 오늘 나의 역할은 끝난다. 그리고는 긴장되지 않은 척 의연하게 남편을 배웅하면 된다.

흙 작업을 할 때부터 일러스트레이터로 전향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잘 참고 버텨준 그가 대견하고 근사해 보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최고의 전시였고, 작품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성인이 된 후, 오롯이 본인의 이름을 위해 살아가는 건 힘든일이 돼버렸다.
최범식 작가의 작업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보내온 날들에 대해 복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성격이나 성향은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 환경이 만들어주겠지만, 그러한 특성을 갖고 나만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은 자의적인 노력으로 해낼 수밖에 없다.
본인만의 적정선을 만들어 한 단계씩 성장해나가기도 하고, 때론 불가피한 이유로 절취선을 그어 모질게 멈춰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에서 선명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선들이 보였다. 그가 느끼고 겪었던 고뇌와 격정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Home Sweet Home'이라는 전시명처럼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는, 빛나는 어두움이 있는 전시였다.


https://www.instagram.com/ssiks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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