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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Aug 21. 2023

서울 딸내미

  부모님은 양산, 오빠는 인천, 나는 서울

 이렇게 우리 네 식구. 많지도 않은 인원인데 사는 곳은 제각각이다.     


 요즘같이 이런 속상한 감정이 가시지 않는단 걸 알았다면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이야 부모님 두 분 건강하셨기에, 오빠랑 나는 각자 할 일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었다. 내가 혼자 살 땐 부모님도 서울에 자주 올라오셨고, 나도 본가에 자주 내려갔다. 거기에 애틋한 마음까지 더해져 혼자 서울에 지내는 것에 만족도가 높았다. 

 매일 함께 있으면 들키기 싫은 모습도 들켜버리고, 보기 싫은 모습도 봐버리게 된다. 가끔 모이는 가족이라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려 노력했기에, 멀리 떨어져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당장 쫓아갈 수 없는 거리가 참 속상했다. 

 이제 부모님은 자식의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다. 아버지께서 오후에 입원을 하셨다. 혼자 짐 싸들고 털레털레 택시 타고 가셨단다. 근처에 살았으면 내가 가서 짐도 들어드리고, 집에 혼자 남아 울적하실 어머니와 달달한 케이크와 함께 시원한 커피 한잔하고 왔을 텐데. 

 원래 월요일은 주변이 어수선하지만, 오늘은 마음까지 어수선하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서울까지 와서 이 난리인가?’

 오로지 나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아빠가 땀 뻘뻘 흘려 번 돈 까먹으며 공부했는데, 지금 여기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 스스로 한심할 때도 있다. 

 그러다가도 ‘내가 열심히 사는 게 모두를 위해 행복한 일이야!’라며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보기도 한다. 아빠는 내가 뭐라도 해보려 바득바득 열심히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걸 재미있어하셨다. 부모님께서는 여전히 나의 자잘한 성과와 흐릿한 희망을 항상 응원해 주신다.     


 괜찮은 척하며 병원으로 가는 택시를 타셨을 아빠와 애써 담담하게 아빠를 배웅하셨을 엄마 모습이 눈에 선해 마음이 아린다. 슬프고 아프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닌, 누가 내 마음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다. 


 부모님께 원 없이 해드리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돈, 그리고... 돈? 지금 내가 가진 건 자유롭게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과 건강한 몸과 마음밖에 없으니 오늘부터 몸을 바삐 움직여 만든 여분의 시간을 본가에서 보내려 한다.      

 앞으로도 멀리 살아서 생기는 울적한 일들이 많겠지? 

 그때마다 지금처럼 흐물흐물해질 순 없다. 


 커피 한잔 딱 마시고 정신 차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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