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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Aug 31. 2023

족발에 소맥, 콜?

  소울푸드를 꼽으라면 단연코 족발과 소맥이다.

 족발과 소맥은 세트라서 떼어놓을 수가 없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함께 마시는 것을 사랑한다. 족발 성애자라는 말까지 들어봤고, 족발을 못 먹던 내 친구는 나 때문에 처음으로 족발을 먹어봤다고 다. 내 자취방에서 친구들과 술 마실 때 그들에게는 메뉴 선택의 권한이 없었다.

 무조건 족발이다.

 반면 내 남편은 치킨을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의 회식 메뉴는 거의 치킨 아니면 족발이다.

 내가 힘들거나 울적한 날엔 족발이고, 남편이 기분 좋거나 쉬고 싶은 날엔 치킨이다. 남편과 투닥거리고 삐져있는 나를 단번에 풀리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족발에 소맥, 콜?"

 자존심 상하고 열받지만, 그 말만 들으면 거짓말처럼 웃게 된다. 저렇게 나를 달래주는 남편도 웃기고, 그 말에 홀랑 넘어가는 나 자신도 어이없어 서운했던 마음 스르륵 녹아내려버린다. 이건 비밀인데, 남편이랑 회식하고 싶어서 일부러 울적한 척한 적도 있었다.


 밖에서 이리저리 치인날에는 집에 가면서 미리 족발을 주문한다.

 개운하게 샤워하고 머리도 덜 말린 채 시원하게 소맥을 한잔 마신다. 소맥 한잔을 원샷하면 하루종일 바짝 긴장되어 있던 어깨가 축 내려가면서 긴 숨이 쉬어진다. 족발 한쌈을 먹으면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맛있는 음식과 술이 나에게 힐링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마시고 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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