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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Jun 30. 2023

들꽃 같은 네가 좋아


고향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퍽퍽하게 살고 있는 내게 느닷없이 던진 그녀의 말


  "나는 네가 닭가슴살 같은 사람이라 좋아"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들꽃 같은 사람이다.

쓸데없이 찔떡거리는 나의 서투른 애정표정으로

가끔 너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가 좋다.


은은한 향을 뿜어내며 기분 좋은 살랑임을 주는

들꽃 같은 네가 좋다.




 내 글들을 읽고 오래된 고향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계속 만나는 울산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친구와는 푸르렀던 추억들이 꽤 있다.


 어떻게 친해진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나는 그녀가 좋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의 친근함과 애정의 표현은 주로 놀리는 것이다. 귀여워서 놀리고, 관심받고 싶어 찔떡거린다. 서투른 나의 애정표현 때문에 그 친구를 울린 적도 있었다.


 둘 다 예체능이라 야자를 하는 대신 학원을 갔는데, 함께 버스를 탈 때도 즐거웠다. 한날은 둘 다 학원을 빼먹고 울산대공원을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그때가 내가 생각하는 고등학생 때의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제법 추웠던 겨울밤으로 기억한다. 그날의 공기가 나의 콧잔등을 스쳤나 보다.   

코끝이 시큼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다정함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아쉬우리만큼 짧았던 연락이었지만, 그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풀떼기 같은 노래를 즐겨 듣던 그 친구는 들꽃 같은 어른이 되었다.


 나는 그녀가 은은한 향을 뿜어내며 기분 좋은 살랑임을 주는 들꽃 같은 사람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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