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서정희의 평상시
실행
신고
라이킷
25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서정희
Jun 30. 2023
들꽃 같은 네가 좋아
고향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퍽퍽하게 살고 있는 내게 느닷없이 던진 그녀의 말
"나는 네가 닭가슴살 같은 사람이라 좋아"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들꽃 같은 사람이다.
쓸데없이 찔떡거리는 나의 서투른 애정표정으로
가끔 너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가 좋다.
은은한 향을 뿜어내며 기분 좋은 살랑임을 주는
들꽃 같은 네가 좋다.
내 글들을 읽고 오래된 고향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계속 만나는 울산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친구와는 푸르렀던 추억들이 꽤 있다.
어떻게 친해진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나는 그녀가 좋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의 친근함과 애정의 표현은 주로 놀리는 것이다. 귀여워서 놀리고, 관심받고 싶어 찔떡거린다. 서투른 나의 애정표현 때문에 그 친구를 울린 적도 있었다.
둘 다 예체능이라 야자를 하는 대신 학원을 갔는데, 함께 버스를 탈 때도 즐거웠다. 한날은 둘 다 학원을 빼먹고 울산대공원을 몇 시간 동안 걸어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그때가 내가 생각하는 고등학생 때의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제법 추웠던 겨울밤으로 기억한다. 그날의 공기가 나의 콧잔등을 스쳤나 보다.
코끝이 시큼해지면서 눈물이 났다. 예상치 못한 그녀의 다정함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아쉬우리만큼 짧았던 연락이었지만, 그 친구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풀떼기 같은 노래를 즐겨 듣던 그 친구는 들꽃 같은 어른이 되었다.
나는 그녀가 은은한 향을 뿜어내며 기분 좋은 살랑임을 주는 들꽃 같은 사람이라 좋다.
keyword
들꽃
애정
친구
서정희
소속
직업
예술가
서정희입니다. 일회용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구독자
166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행복은 내가 아닌 곳에서 시작된다.
초라한 안녕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