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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희 May 18. 2023

나의 행복은 내가 아닌 곳에서 시작된다.

엄마의 편안함이 좋다.

'배부르다', '오랜만에 푹 잤다'라는 말을 들으면 내 마음도 평안해진다.

엄마에게 해드리지 못하는 숱한 것들 중에 고작 한 가지겠지만,

작은 구멍하나를 메워드린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한다.


아빠와의 눈 맞춤이 좋다.

아빠의 외로움, 나의 예민함이 맞닿아 희한한 따뜻함이 생긴다.

수천 수만개의 꼬임으로도 담지 못할 감정이다.

평생 꼬아도 풀리지 않을 감정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적당한 예의와 존중을 갖추며 여전히 각자의 수평을 그리고 있다.

그 선들이 더욱이 견고하고 두터워져 하나의 큰 선이 되어지길 바라며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충실히 살아가고 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되어 있는 글, 예전에 블로그에 혼자 끄덕거렸던 글들을 다시 찾아봤다. '으.....' 소리가 나올 정도로 민망한 글도 있었고, 요즘 느끼는 감정과 비슷한 내용도 있었다.


 2019년에 썼던 글인데, 지금도 여전히 엄마와 아빠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2023년은 나에게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결혼을 했고 남편과 시댁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 집은 친정이 되었다. 남편과는 연애 기간도 길었고 이미 동거를 하고 있던 터라 일상에서의 큰 변화는 없었다. 내 마음도 그럴 줄 알았다.

 우리 부모님이 더 이상 나만의 부모님이 아닌 것 같고, 우리 가족에게만 쏟던 애정을 분산해야 된다니 괜히 서운하고 이상한 상실감이 들었다. 물론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함께하게 된 건 너무나도 기쁜 일이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되는 것도 알고 있다.

 올해 어버이날, 시부모님과 점심 식사를 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양산에 계시는 엄마 아빠 생각이 났다.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하나?

 함께하지 못한 죄송함과 안쓰러움, 속상함과 같은 감정들이 나를 때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내가 결혼 한 게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상황이 변하고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고 잘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속상한 걸 어떡하나.

 잘 알지만 그래도 속상하다.


우리를 위해, 조금 더 행복하기 위해 오늘도 충실히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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